'첫 승' 함덕주, 손아섭과 맞대결 꿈꾸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7.13 08: 45

두산 베어스 송일수 감독은 1군에 있는 투수들이 부진해도 좀처럼 퓨처스리그에 있는 투수를 올리지 않는다. 현재 1군 투수만한 선수가 퓨처스리그에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좌완 함덕주는 예외에 속한다. 송 감독은 5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1군에 올라와 활약해줄 수 있는 투수가 있냐고 물으면 함덕주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함덕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1군 8경기에서 6이닝을 책임지며 WHIP은 1.67로 불안하지만, 실점은 1점에 불과해 평균자책점이 1.50을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입단해 올해까지 1군에서 치른 경기가 11번에 불과한 함덕주에게 지난 12일 잠실 한화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팀이 0-3으로 뒤지던 4회초 2사 2루에 선발 오현택을 대신해 나온 함덕주는 공 5개로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5회에는 2사 후 김경언의 볼넷과 최진행의 중전안타에 득점권 위기를 맞았으나, 펠릭스 피에를 2루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했다. 그 사이 팀 타선이 4점을 뽑아 역전했고, 팀의 6-3 승리 속에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한 함덕주는 영광의 프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함덕주는 경기 직후 이 상황에 대해 “전 타자(최진행) 상대로 실투가 있어서 꼭 잡고 가자고 생각했다. 변화구를 낮게 던지려 했다”고 했다. 함덕주의 선택은 바깥쪽 낮은 코스의 커브였고, 공은 포수가 미트를 댄 곳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잡아당기려고 했던 피에는 아웃카운트 2개가 동시에 채워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3점을 뒤진 상태로 투입됐기에, 승리는 뜻밖의 행운이었다. 함덕주는 “승리투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팀이 지고 있어서 임무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함덕주의 무실점 피칭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생각하면 승리는 행운이 아닌 당당한 전리품이다.
그간 인터뷰 기회가 적었다는 2년차 투수 함덕주는 신인급이기에 아직 인터뷰가 낮설다. 1승 뒤 목표를 묻자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던 자신감 있는 모습과 달리 “평소와 똑같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열심히 던질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그러나 승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냐는 물음에는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함덕주는 “손아섭 선배님과 상대해보고 싶다. 롯데가 4위 팀이기도 하고, 잘 치는 좌타자기 때문에 꼭 잡아보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두산과 롯데는 오는 29일부터 사직에서 3연전을 치른다. 1군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함덕주의 바람은 보름가량 뒤 현실이 될지 모른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