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말고 결혼’ 한그루의 매력이 점점 더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코미디 연기를 완수하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 주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지난 12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연애 말고 결혼’에서는 공기태(연우진 분)의 집 제사에 불려가 음식을 만들고 난 후 폭주하는 주장미(한그루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재 주장미는 공기태의 요청으로 그의 가족들 앞에서 그와 사귀는 척 계약연애를 하고 있는 중.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공기태는 집안에서 싫어할만한 여자인 주장미를 이용해 부모님과 가족들의 결혼 압박을 이겨내 보려 노력 하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의심어린 눈빛으로 보는 이가 있었으니 공기태의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이었다.

신봉향은 주장미를 집안의 제사로 초대했고, 엄청난 양의 일을 시킨 후 주장미를 떼어낼 심산이었다. 반면 공기태와 주장미는 제삿날 최고의 ‘진상짓’을 한바탕 하고 계약 연애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양쪽의 입장이 이처럼 아귀가 맞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전이 존재했다. 바로 공기태 아버지의 불륜.
이날 주장미는 공기태 아버지 공수환(김갑수 분)의 불륜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였고 오로지 가족들만을 위해 살아가는 신봉향의 삶을 보며 연민을 느꼈다. 그 때문에 그는 공수환으로부터 술 몇 잔을 받은 뒤 “아버지가 제일 나쁘다”며 신봉향의 편에서 가족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당황한 신봉향은 주장미를 부엌으로 데려갔고, 공수환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알고도 이렇게 사시면 진짜 바보다.”라는 주장미의 말에 그의 뺨을 때렸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도 뺨을 맞은 주장미는 거실로 나오던 길에 “술집 딸이라더라.”라며 자신과 부모에 대해 욕을 하는 공기태 가족 어른들의 말에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그는 “이젠 나 하나로 부족해 우리 부모님까지 끌어들여 욕을 먹이느냐.”며 공기태를 잡고 흔들었고, 끝내 제사상을 엎었다.
이처럼 주장미의 전공은 넓은 오지랖 과시하기에 부전공은 진상이다. 그는 걸핏하면 술에 취해(?) 코믹한 해프닝을 벌이고, 대부분 그런 해프닝의 이유는 못 말리는 넓은 오지랖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사 음식을 만들고 난 후 “해냈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모습이나 무턱대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주장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매력적이다. 원래가 사랑스런 캐릭터 탓도 있지만 이를 연기하는 한그루의 연기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해 온 한그루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주연으로 올라섰다. 한 층 물오른 미모와 더불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진상(혹은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은 놀랍다. 잔뜩 일그러지는 표정,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완성되는 만취 연기, 몸을 날리는 코믹 댄스 등 연기를 위해 그는 표정과 목소리, 몸짓을 과감하게 바꾸며 예뻐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피해간다.
재밌는 사실은 이런 모습이 오히려 연기자 한그루의 매력을 한 층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한그루는 이번 배역을 통해 가능성있는 연기자에서 믿고 볼 수 있는 연기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예쁜 외모로 작정을 한 듯 웃겨주는 이 여배우의 매력에 시청자들도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한그루의 '진상 오지랖'이 종영까지 12회나 남은 '연애 말고 결혼'에서 또 어떻게 그려질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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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