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계에 ‘국보센터’ 서장훈(40)을 연상시키는 대형센터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가대표 에이스 김동현(27)이다.
한사현 감독이 이끄는 휠체어농구 남자대표팀은 12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우승후보 호주와 접전 끝에 50-61로 패했다. 사상 첫 세계 8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한국은 13일 이탈리아와 5,6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비록 패했지만 김동현은 세계적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센터인 김동현은 골밑에서 패스를 받아 주득점원 역할을 충실히 했다. 외국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은 신장(188cm)과 체격을 갖춘 것이 특징이었다. 김동현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는 것에도 능했다. 상대의 눈을 속이고 찔러주는 패스가 일품이었다.

그의 장기는 슈팅이었다. 김동현은 거리를 가리지 않고 정확한 중거리 슛을 쏴서 림에 꽂았다. 휠체어농구에서는 보통 고정된 자세에서 슛을 쏜다. 김동현은 이동하면서 던지는 슛까지 정확했다. 마치 은퇴한 ‘국보센터’ 서장훈을 보는 듯했다. 이날 김동현은 18점, 9리바운드를 달성했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며 4쿼터 막판 아쉬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경기 후 만난 김동현은 서장훈을 닮았다는 말에 “한 번 들어봤다. 장신센터다 보니까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김동현은 한국선수 최초로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해 지난 2시즌 동안 활약했다. 이탈리아와의 5,6위 결정전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김동현은 “팀 패턴은 모르지만 개인성향은 잘 안다. 5위도 노려볼 수 있다. 어느 팀이든 만만한 팀은 없다”고 했다.
한사현 감독도 김동현이 든든하다. 한 감독은 “갈수록 기량이 좋아진다. 처음에 이탈리아에서 농구를 해서 스타일이 잘 안맞기도 했다. 한국스타일을 강조했다. 파워가 좋은 선수다. 앞으로 시야까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과 이란을 모두 꺾으며 사상 첫 세계 8강의 기염을 토했다. 역시 김동현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믿음직한 에이스를 보유한 한국은 오는 10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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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