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트랙스 멤버 제이(31)는 요즘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다. 공익근무 소집해제 직후 두 달 동안 연습에 올인했고,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무대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소집해제 후 바로 연습에 매진하느라 느긋한 휴가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무대 위에 올라 어느 때보다 달콤한 기분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말하면 정모가 섭섭해 할까요? 뮤지컬을 제일 좋아해요. 노래랑 연기를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관객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싱잉 인 더 레인'은 이미 작품성이 검증된 고전이다. 동명의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공연으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제이는 유명 영화배우 돈 락우드 역을 맡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했다. 무대 위의 제이는 상상 속 돈 락우드의 모습 그대로였다.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탭댄스도 배웠다. 그동안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삼총사' 등에 출연한 경험은 있지만 무대 위에서 춤까지 추는 것은 처음. 탭댄스를 춰야 한다는 사실이 제이의 출연을 조금 망설이게 하긴 했지만 제이는 피나는 노력과 쉬는 날까지 반납하고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하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다.
"기존에 제가 출연했던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 위주였어요. 춤을 많이 안 추고 간단한 동작뿐이었는데, 이번에는 탭댄스부터 발레 동작까지 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고민이 많이 됐어요."
가수지만 춤과는 무관한 인생을 살아온 제이에게 '싱잉 인 더 레인'은 도전 그 자체였다. 쉴 틈 없이 무대에 복귀해야 했던 것은 물론이고, 몸을 쓰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제이는 이런 낯섬을 없애기 위해, 무대 위에서 완벽한 돈 락우드를 보여주기 위해 진통제까지 먹으며 연습했다. 제이가 연습을 주도하면서 안무팀을 붙잡아 의도치 않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제가 출연을 결정했을 때가 공연까지 두 달 정도 남았었는데, 열심히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춤추는 걸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뮤지컬을 할 때 노래와 연기뿐이고 몸 쓰는 것을 못하면 작품의 선택 폭이 좁잖아요. 이번에 어느 정도 만들어 놓으면 다른 작품을 하는데 고민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에 올인했어요. 주말에는 새벽까지 안무팀을 붙잡고 안 보내줬죠. 그렇게 연습하면서 더 가까워지긴 했어요."

쉬는 날에도 휴식 없이 연습에 몰두했던 제이는 탭댄스를 배우고 삼일 후,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큰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연습을 놓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그러면 몸은 더 굳어지고 다시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제이는 진통제를 먹으며, 정신력으로 끝까지 연습했고 무대 위에서는 제이의 그런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탭댄스는 어렵기도 하고 발이 정말 아파요. 첫 주에는 못 일어설 정도였어요. 3일 연습하고 다리가 안 움직이더라고요. 발레 동작을 배울 때 스트레칭을 하고 그러는데 막 찢고 그러니까 발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못 움직일 것 같았는데 무식하게 일주일 동안 공연 연습을 했어요. 병원에 가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진통제 맞으면서 연습을 강행했어요."
무대의 막이 오른 지금도 제이는 공연이 없는 날에는 연습실을 찾는다. 처음부터 무대에서 춤을 춰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했던 만큼, 계속 긴장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혹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에도 공연이 없는 날 계속 연습해요. 이젠 아프지는 않고 피로한 정도예요. 연습을 안 하면 더 불안해요. 저는 사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건 처음이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요.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노래를 틀리면 임기응변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춤을 다르잖아요. 이젠 몸이 알아서 움직이긴 하는데 내일, 다음 주 공연에서는 더 잘하고 싶으니까요. 초반보다 더 좋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해요."
탭댄스 말고도 어려운 장면은 많았다. 특히 관객들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1막 마지막 장면은 온전히 무대 위에 서는 단 한 명의 배우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영화에서도 유명한 장면.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돈 락우드가 빗 속에서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며 춤추는 장면이다. 공연장에서 실제로 비가 쏟아지고, 앞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우비를 입고 제이가 튀기는 비를 맞을 준비를 한다.
커튼 콜에서는 모든 배우가 다 함께 연출하는 이 장면은 보기에는 정말 멋있고 매력적이지만 무대에 서는 배우에게는 에로사항도 많다. 자칫 우산이 망가지지 않을까 조심해야 하고, 방수 마이크지만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하고 탭댄스도 추고 노래도 불러야 한다. 배우로서는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제이 역시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 장면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첫 공연 때 액땜을 많이 했어요. 탭댄스 스텝이 꼬였었는데 멈추지 않으니까 결국 된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소품이 다 망가지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걸 다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는 장면에서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우산도 찢어지고, 방수 마이크인데도 자칫 잘못하면 물이 들어가서 못 견디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은 AR로 하려고 했는데 제가 고집했거든요. 뮤지컬에서 AR을 쓸 수는 없잖아요. 그 순간, 그 기분으로 노래하고 춤을 춰야 자연스러울 것 같았고, 그래서 방수 마이크를 사용하게 됐어요."
"정말 어려운 장면이에요. 비가 내리는 것도 그렇고, 테크니컬적으로도 어렵고 배우들도 맞추기 어려워요. 제일 걱정했던 부분인데 관객들이 그 장면 때문에 공연이 산다고 해주셔서 좋아요. 사실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장면인데, 우산을 들고 딱 펴는 순간 뭔가 와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이는 "무대 위에서는 매 순간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를 할 수도,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살아있지 않으면 그 순간의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적당한 긴장과 함께 매 순간 순간 그 캐릭터로 사는 것이 바로 제이가 하는 뮤지컬이다.

사실 제이에게 뮤지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밴드로 데뷔했고, 이후 연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뮤지컬은 그가 힘들었던 시절 운명적으로 그에게 찾아왔다. 또 그가 좋아하는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트랙스 활동을 멈출 생각은 없다. 트랙스는 그의 시작점이며 그에게서 절대 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군복무 중이지만 계속 곡을 쓰고 있어요. 어차피 저희는 정해진 시기에 앨범을 내야하는 가수는 아니니까 좋은 곡이 나오면 앨범을 발표하고 싶어요. 물론 팬들이 기다리시겠지만요."
노래도, 연기도, 그리고 지금은 춤까지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해내고 있는 제이. 그는 꾸준히 드라마 오디션을 보면서 다음 작품도 준비 중이다. 일단 외모와 달리 망가지는, 조금은 풀어진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 물론 트랙스 새 앨범을 위한 곡 작업과 뮤지컬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 제이의 의견이다. 특히 제이는 지금까지 했던 대극장 공연 이외에 소극장이나 중극장 공연을 꼭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능력만 된다면 다 하고 싶어요. 뮤지컬 '헤드윅'도 정말 도전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예요."
가수로서, 뮤지컬배우로서 제이는 그에 작품에 만족하는 관객들을 한 명씩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모든 관객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차차 한 명씩,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것. 그만큼 다음 공연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많고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그리고 언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늘 열정을 보이는 제이의 자세 때문에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모든 관객이 다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박수를 받을 때 정말 좋아요. '이런 것 때문에 무대에 서는 구나'하죠. 계속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을 내려놓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이 순간이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또 일을 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계속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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