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많은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거쳐 갔다. 이 가운데 타이론 우즈(두산), 펠릭스 호세(롯데) 등 성공을 거둔 이가 있는 반면 일찌감치 짐보따리를 싼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13일 삼성-SK전이 열리기 전 대구구장 3루 덕아웃의 화두는 역대 외국인 선수들의 실패 사례. 톰 션, 에스마일린 카리대, 트로이 오리어리 등 삼성 출신 실패 선수 뿐만 아니라 광주구장의 외야 펜스를 바라보며 "펜스를 넘겨야 홈런이냐, 아니면 장외로 넘겨야 홈런이냐"는 명언(?)을 남긴 숀 헤어(KIA) 등 수많은 먹튀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 ESPN 해설위원은 "누가 뭐래도 희대의 비극은 아이바"라고 말했다. 2006년 LG 유니폼을 입은 매니 아이바(투수)는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 때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며 일찌감치 소방수로 낙점받았으나 정규 시즌 직전 갑자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카리대는 그래도 던지기나 했지 아이바는 시범경기까지 기가 막히게 던졌는데 갑자기 아프다네. 단 한 경기도 안 던지고 떠났다"고 아쉬움을 내뱉었다.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활약했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빌리 홀(삼성 내야수)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삼성은 1999년 기동력 강화를 위해 제이 데이비스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마감 1일 전에 홀로 급선회했다. 당시 삼성은 홀이 포스트 류중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내야 수비에 허점을 보였던 홀은 외야로 전향했으나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주력을 제외하면 모든 게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지금껏 대한민국에 빌리 홀 만큼 도루 잘 하는 선수는 없었다"면서 "다만 못 나가는 게 문제"라고 모두까기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도 최근 몇년간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담당 직원도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며 "4~5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모든 게 외국인 선수 제도의 빛과 그림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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