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가 리얼 예능의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룸메이트'에서는 여행을 떠나던 도중 운전대를 잡은 채 졸음운전을 하는 박민우의 모습이 방송됐다.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사건은 없었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여과없이 전파를 탔고, 방송 직후 네티즌은 이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려놨다.
사실 이날 방송에서 문제시된 것은 단순히 박민우의 졸음운전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아예 이날 한 회를 모두 갈등에 할당했다. 멤버들이 어떻게 어떤 문제로 마찰을 빚고, 이를 풀어나가거나 혹은 그대로 부딪치는 모습까지 그대로 담아냈다. 결국 주말 예능이라고 하기엔 다소 거친 그림들이 자주 연출됐다.

이 같은 갈등 양상 속에서 방송 말미 등장한 박민우의 졸음운전과 이어진 사과는 이러한 '룸메이트'의 무거운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다. 이날 '룸메이트'는 날 것 그대로였다.
일부 네티즌은 날 것의 '룸메이트'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풀어 설명하면, "박민우의 졸음운전 장면 등을 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제작진 또한 리얼 예능이 주는 고충과 딜레마의 당사자다. '룸메이트'는 4박5일의 시간동안 일절 제작진의 개입 없이 미리 설치된 카메라로 출연진의 모습을 촬영한다. 제작진이 등장하는 부분은 각 인물의 인터뷰 정도다. 보다 더 리얼한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리얼을 위해 전적으로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을 맡기다보니 통제가 불가능하다. 결국 원하는 그림과 리얼한 그림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회는 리얼을 추구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그대로 담겼다. 예능 전문가들이 위험한 졸음운전을 그대로 내보냈을 경우 닥쳐올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방송했다는 사실은 결국 리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선 '룸메이트'는 딜레마 속에서 리얼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룸메이트'는 나나의 악플 논란으로도 한차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박상혁 PD는 OSEN에 "'룸메이트'는 출연자들이 이미 다 만들어진 채 선보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들의 진짜 모습을 과감없이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라면서 "앞으로 출연자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제작진의 편집이나 인위적 조치로 인해 바꾸기보다, 리얼하게 이를 보완하는 과정들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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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