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낭의 비극'이 잊혀졌다. 기쁨이 아닌 더 큰 비극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단 한 차례의 경기로 2014년은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해가 됐다.
한 달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까지 브라질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월드컵에 대한 반발로 시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브라질 국민들은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기뻐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승승장구해서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64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마라카낭의 비극'이라 불리는 사건을 잊을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당시 브라질은 자국의 마라카낭 경기장서 열린 월드컵 결선리그 최종전에서 우루과이와 사실상의 결승전을 가졌다. 승리하는 팀이 우승을 하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은 당연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브라질은 1-2 역전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

패배의 여파는 엄청났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 중에서는 실신은 물론 자살까지 시도하는 이도 있었다. 브라질 선수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은 당연할 정도였다. '마라카낭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사건을 잊기 위해 브라질 축구협회는 당시의 유니폼 색깔을 전면적으로 교체해 지금의 브라질 유니폼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마라카낭의 비극'은 이제 잊혀졌다. 정확히 말하면 또 다른 비극인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대체됐다. 브라질은 미네이랑 경기장서 열린 독일과 준결승전서 수 많은 자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1-7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남긴 것이다. 브라질의 6골 차 패배는 1920년 우루과이에 0-6으로 진 후 94년 만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브라질은 눈물을 흘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까지 일어났다.
브라질은 현재 통탄에 빠졌다. 브라질 대표팀은 네덜란드와 3-4위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분위기 반전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다시 0-3 대패를 당하며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던 브라질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네덜란드전 직후 오스카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티아고 실바는 "우리를 향한 팬들의 야유는 정상이다. 그들도 감정이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책감을 드러냈다.
브라질 정부도 당혹스럽기만 하다. 월드컵 개최와 우승으로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바랐지만, 모든 긍정적인 효과는 잊혀진 채 전국이 침통함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브라질 연방하원은 월드컵이 끝난 후 브라질축구협회장과 부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당한 패배의 무게가 어떤 것보다 무겁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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