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웃는 것은 좋은 성적을 낸 사람만이 가능했다. 한국이 속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또한 16강 진출에 성공한 두 국가의 감독만 웃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한 달여의 일정을 마치고 1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의 우승으로 종료됐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위치한 마라카낭 경기장서 폐막식을 가진 뒤 한 달 동안 열린 수 많은 경기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 열려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승전을 보고 웃은 것은 아니다. 당장 개최국 브라질만 하더라도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승을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브라질은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고, 3-4위 결정전서도 네덜란드에 0-3으로 패배해 브라질 국민들이 울음을 터트리게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희비가 교차하는 것은 한국이 속했던 H조도 마찬가지다. H조에서는 모든 이의 예상대로 벨기에가 3승으로 16강에 진출한 가운데 알제리가 조 2위로 16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당초 러시아가 2위를 차지하고 한국과 알제리가 3-4위를 다툴 것이라는 예상과 조금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조금의 차이는 해당 국가에서는 엄청난 여파를 불러왔다. 그 결과 웃지 못하는 감독들이 발생했다.
▲ 홍명보-카펠로, 인생 최악의 시간들
홍명보 한국 감독은 1무 2패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는 길에 엿사탕 세례를 맞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사퇴를 하려던 홍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조별리그 3경기 직후 대표팀의 회식 논란, 그리고 홍 감독의 사생활적인 부분에서의 논란이 잇달아 터지면서 홍 감독은 며칠을 가지 못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영운은 한 달 사이에 역적이 되고 말았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도 다를 바 없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카펠로 감독은 화려한 감독 경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러시아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국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2무 1패. 러시아는 화가 잔뜩 났다. 러시아 축구팬들은 러시아축구협회를 찾아 콘돔을 던지며 사퇴를 요구했고, 러시아 의회에서는 오는 10월 청문회를 열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 빌모츠-할릴호지치, 비난에는 결과로 대응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16강을 조기 확정지었음에도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자국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알제리전(2-1)과 러시아전(1-0) 모두 힘들게 이겼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빌모츠 감독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의 지론이었다. 16강전도 마찬가지였다. 벨기에는 90분 동안 미국을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연장전에서의 연속골로 8강에 올랐다. 벨기에의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게다가 8강전서 아르헨티나에 0-1로 석패하면서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앞으로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대회 전부터 자국 언론과 갈등이 심각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언론이 거짓말로 기사를 쓴다고 비난했고, 그런 모습은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선수들과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다. 알제리는 1차전서 벨기에에 졌지만, 2차전서 한국을 4-2로 크게 이긴 뒤 러시아와 1-1로 비겨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언론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선언하며 그 동안의 입장을 완전히 바꿀 정도였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통령의 만류도 뿌리치고 자신이 8년 전 떠났던 트라브존스포르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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