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아르헨티나] ‘황금세대’ 독일, 개혁 10년 만에 값진 우승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14 06: 36

21세기가 밝았을 시점, 독일은 전형적인 지는 해였다. 선수들의 기량은 월드컵 통산 3회 우승에 빛나는 선배들의 빛나는 업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랬던 독일의 재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은 ‘독일 축구의 화려한 부활’에 정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독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터진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독일은 아르헨티나를 세 대회 연속 토너먼트 무대에서 꺾으며 통산 네 번째 별을 가슴에 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월드컵 우승이기도 하다.
16회 연속 8강 진출이라는 대업이 말해주듯 독일은 전형적인 축구 강국이다. 항상 정상권에 근접한 팀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은 암흑기였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독일은 2000년 유럽선수권, 2002 한·일 월드컵, 그리고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나마 2002년 월드컵은 올리버 칸, 미하엘 발락의 영웅적인 활약에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한계는 유로2004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독일의 경기력은 우승후보라고 하기에는 형편없이 추락해 있었다. 영원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라트비아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0-0 무승부에 머물렀다. 이미 조별리그 통과가 확정돼 편하게 경기에 나섰던 체코의 1.5군도 이기지 못했다. 1승도 없이 탈락이었다. 이는 독일 축구의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두 대회 연속 유럽선수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독일은 더 이상 유럽에서도 강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독일은 팀을 다시 만드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2004년 개혁 성향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간 대표팀의 주축들을 이루고 있었던 노장들을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했다. 2002년 월드컵 골든볼에 빛나는 올리버 칸이 주전 자리를 내놓은 것은 상징적이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독일 축구의 미래를 그렸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루카스 포돌스키, 필립 람, 페어 메르테사커 등은 이 시점부터 독일의 전략적 핵심이 됐다.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독일은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이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거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베테랑 미로슬라프 클로제, 후보 골키퍼인 로만 바이덴펠러를 제외한 독일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세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세대교체는 이번 대회가 정점이었다. 전성기를 맞이한 주장 람과 부주장 슈바인슈타이거는 팀을 앞에서 이끌었다.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 사미 케디라 등 20대 중반의 선수들은 4년 전 남아공 대회의 3위 성적을 통해 더 강해졌다. 여기에 4년 사이에 토니 크로스, 마리오 괴체, 마츠 후멜스 등의 좋은 선수들이 더 발굴되며 황금세대가 완성됐다.
이런 독일은 미래도 밝다는 평가다. 물론 클로제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람과 슈바인슈타이거도 다음 월드컵에서 전성기를 장담할 수는 없는 나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이번 대회 핵심 멤버들은 오히려 다음 월드컵이 전성기일 수도 있다. 케디라는 1987년생, 베네딕트 회베데스, 후멜스, 외질, 보아텡은 1988년생, 뮐러는 1989년생이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안드레 쉬얼레, 크로스, 괴체는 1990년 ‘통독 베이비’들이다. 이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이 보여줬던 ‘토너먼트에서 승부를 내는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은 실로 고무적인 부분이다.
비록 출전 시간은 적었으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어린 선수들도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되고 있다. 슈코드란 무스타피, 에릭 두름, 율리안 드락슬러, 크리스토프 크라머, 마티아스 긴터와 같은 20대 초반의 선수들은 황금세대를 이어가려는 독일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들이다.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온 이들이 4년 뒤 더 발전할 수 있다면 몇몇 베테랑들의 이탈 공백도 어렵지 않게 메울 수 있다. 독일의 전성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유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