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은 분명 험난했다. 그러나 그 험난한 길을 쉽게 통과한 기분이다. 우승의 자격을 충분히 증명한 독일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브라질 월드컵의 주인공이 됐다.
독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터진 괴체의 결승골을 잘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독일은 아르헨티나를 세 대회 연속 토너먼트 무대에서 꺾으며 통산 네 번째 별을 가슴에 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월드컵 우승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다시 결승 문턱을 밟은 독일이었지만 당시와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 2002년 대회 당시에는 사실 경기력이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첫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와의 경기에서 8-0으로 대승을 거둔 것 외에는 나머지 경기들이 모두 살얼음판이었다. 기본적으로 팀 전력이 좋지 못한 데다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올리버 칸의 영웅적인 활약 덕분에 결승까지 간 느낌도 지우기 힘들었다.

여기에 대진운이 좋았다. 조별리그에서는 확실한 1승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었고 아일랜드와 카메룬도 그렇게 강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토너먼트는 더 운이 따랐다. 16강에서 파라과이, 8강에서 미국을 만났다. 한국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거푸 꺾고 올라오는 바람에 4강 대진도 비교적 무난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 실제 독일은 2년 뒤 열린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조별리그부터 대진이 썩 좋지 않았다. 포르투갈, 미국, 가나와 만났다. 모두 각 대륙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가진 나라들이었다. 16강에서 알제리의 눈물겨운 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은 오히려 그 후 힘을 냈다. 조별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프랑스를 8강에서 잡았고 개최국의 이점을 등에 업은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4강에서 7-1로 크게 이겼다. 미국, 프랑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1골을 넣었으나 무실점으로 버텼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2골 이상을 넣으며 경기력에서도 우승의 자격이 있음을 선보였다.
사실 월드컵을 진행함에 있어 모든 팀들에는 한 번씩의 고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16강전, 그리고 8강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고비였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를 펼쳐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침착하게 그들의 스타일대로 프랑스를 잡았고 한숨을 돌린 이후에는 100%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는 큰 무대 경험이 많다”라고 자신했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누가 흠잡을 수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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