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못지않게 최고의 감독들이 겨루는 월드컵에서 마지막에 웃은 이는 요하힘 뢰브(54)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팀에 대한 완벽한 방향 제시, 조직력 구축, 용병술, 그리고 전술적 결단력까지 갖춘 뢰브 감독이 ‘4강 감독’의 한계를 지우고 정상에 우뚝 섰다.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터진 괴체의 결승골을 잘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독일은 서독 시절이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가슴에 네 번째 별을 박아 넣었다.
독일의 최근 월드컵 도전사는 화려하기도 했지만 잔인하기도 했다. 독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준우승,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에 그쳤다. 모두 결승 문턱,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뢰브 감독이 있었다. 2004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수석코치로 독일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뢰브 감독은 최근 네 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좌절을 경험하며 절치부심해왔다.

‘뛰어난 전술가’라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팀이 추구하는 방향을 완벽하게 정립하는 등 독일의 재기에 큰 공을 세웠다는 점에도 토를 달기 어려웠다. 그러나 뢰브 감독은 자국 내에서 의혹의 시선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던 감독이기도 하다. 전술적 유연성, 그리고 독일 대표팀의 장점을 지나치게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골자였다. 그리고 큰 무대에서 약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실제 뢰브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지향점과 현실이 맞지 않는 과정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독일 언론들이 한 때 “뢰브의 전술은 대리석과 같다”라며 경직성을 비판했던 이유다. 여기에 큰 무대에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 운영, 혹은 너무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해 팀이 가진 능력을 100%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토너먼트에서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라는 격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뢰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에 대한 그러한 혹평을 일거에 지워버렸다. 필립 람의 중앙 미드필더 배치, 그리고 포백 전원을 센터백으로 구축한 4-3-3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일자 프랑스와의 8강전부터는 필립 람을 오른쪽 풀백으로 원위치시켜 큰 재미를 봤다. 지나친 패스 플레이보다는 독일 특유의 강한 압박과 기동력을 최대한 살리는 전술로 프랑스와 브라질, 그리고 아르헨티나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이런 장점에 패싱력, 그리고 큰 무대에서의 침착함까지 모두 갖춘 독일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로써 뢰브 감독은 네 번의 도전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뢰브 감독은 2008년 유럽선수권 준우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 3위, 2012년 유럽선수권 4강 등 팀을 모두 4강에 올려놓고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비운의 꼬리표가 있었다. 수석코치 재임시절까지 합치면 5번 만에 우승 고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번 대회 결과와는 관계없이 뢰브 감독의 2년 계약 연장을 보장한 독일축구협회(DFB)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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