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아르헨티나] 두 얼굴의 독일, 막강했던 전술적 선택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14 06: 43

하나의 확실한 ‘무기’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것이 축구다. 그런데 두 얼굴 모두 무섭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독일이 그런 ‘무서운 두 얼굴’을 모두 발휘하며 월드컵 정상에 우뚝 섰다.
독일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터진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독일은 서독 시절이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가슴에 네 번째 별을 새겼다. 2002년 월드컵 준우승 등 최근 잘 싸우고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한도 풀었다. 세대교체의 성공을 알리는 대단원이기도 했다.
독일 축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선보였다. 과거 독일의 이미지는 일사분란한 조직력, 힘과 높이, 그리고 탁월한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를 찍어 누르는 축구였다.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와 같이 세계 최고의 특출난 스타 없이도 세 번이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러한 ‘팀의 힘’과 토너먼트 무대에서 승부를 내는 침착함의 힘이었다. 이런 독일의 장점은 이번 대회에도 이어졌다. 여기에 전술적 유연성까지 과시하며 향후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당초 뢰브 감독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들고 나온 전술은 4-3-3 전술이었다. 중앙에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혹은 사미 케디라), 그리고 토니 크로스를 모두 배치해 점유율과 원활한 패싱 축구에 방점을 두는 축구를 했다. 이는 상대팀을 자신의 진영에 가둬 놓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이어지며 독일을 조별리그 2승1무로 이끌었다. 과거 독일 축구와 비교하면 탁월한 기동력과 활동량이 근간에 깔려 있다는 점은 흡사했으나 돌파나 크로스보다는 짧은 패스와 문전에서의 창의적 패스를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러나 이 전술은 현재 구성원에서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필립 람의 중앙 배치로 전문적인 풀백 자원이 부족한 독일은 네 명의 센터백(제롬 보아텡, 페어 메르타세커, 마츠 후멜스, 베네딕트 회베데스)으로 포백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뒷공간에서의 속도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자 뢰브 감독은 프랑스와의 8강전부터 다른 전형을 꺼내들었다. 4-2-3-1 전술로의 회귀였다.
물론 토니 크로스를 좀 더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위치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네 명의 전형적인 공격수를 뒀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는 또 다른 전형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압박과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돌진하는 속력이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는 2010년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톡톡히 제 기능을 했다. 브라질의 터프한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독일은 오히려 그 이상의 압박을 선보였고 독일의 공세에 당황한 브라질은 무려 7골을 얻어맞고 완전히 주저앉았다.
이처럼 독일은 두 가지 모두를 잘 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해있었다. 패스로 상대를 가둬둘 줄 알면서도 압박과 속도를 바탕으로 역습까지 능히 소화할 수 있는 팀이었다. 이는 그간의 모습보다는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한 뢰브 감독의 지략을 등에 업고 경기 중에도 상대를 카멜레온처럼 괴롭혔다. 두 얼굴의 독일은 그렇게 신대륙을 정복하는 첫 유럽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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