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인물이었던 ‘호텔킹’ 김해숙이 드디어 비장의 무기를 펼쳤다. 모성애 연기였다. 폭발하듯 애절하게 발산되는 김해숙 표 모성애 연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드라마의 ‘막장’ 전개에도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아들을 미워하고 죽이려했던 자신의 비극을 깨닫는 순간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어머니. 김해숙이 연기하는 백미녀는 이제까지 봐 온 어머니와는 또 다른 모습을 띄고 있으면서도 자식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어머니들의 보편적 감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뭉클함을 자아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극본 조은정 연출 애쉬번 장준호)에서는 원수의 아들로 여기며 그토록 미워했던 차재완(이동욱 분)이 자신이 오랜 시간 잊지 못하고 마음에만 묻어뒀던 친아들 현우라는 사실을 깨닫는 백미녀(김해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백미녀는 차재완의 목을 조르며 증오를 표했다. 이를 보다 못한 로먼리(진태현 분)는 차재완을 가리켜 “현우다”라고 밝혔고, 백미녀는 차재완이 자신의 친아들임을 알게 됐다. 당황하며 주저앉았던 그는 믿을 수 없어하며 자리를 떠나 호텔 주변을 배회했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렸다.

백미녀는 오랜 시간 아들 현우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고, 아들을 죽게 만든 이중구(이덕화 분)를 원망하며 복수심을 키워온 상황. 때문에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는 아들이 자신의 바로 옆에 있음에도 복수에 눈이 멀어 그를 죽이려 하고, 위협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운명의 장난 앞에 오열했다.
차재완은 그런 어머니를 감쌌다. “(어머니가) 하나도 안 밉다”는 아들에게 백미녀는 “엄마가 잘못했다. 울지 마. 아가,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대답하며 그를 끌어안았고 모자는 감격스러운 상봉과 화해를 동시에 이뤘다.
오랜 시간동안 아들을 잊어 본 적 없는 백미녀의 모성애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아들을 괴롭혀 온 이중구(이덕화 분)를 처단하기로 결심했다. 택한 방법은 동반 자살. 호텔 근처 폐건물을 구입한 그는 이중구를 그곳으로 불렀고, 아랫사람들을 시켜 자신과 이중구를 가두고 불을 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의심 많은 이중구로 인해 실패했다. 백미녀의 계략을 간파한 이중구는 도리어 건장한 폭력배들을 데리고 와 “호텔 주식을 양도하라”며 협박했고 급기야 자신의 아들이기도 한 차재완을 불러 백미녀의 앞에서 폭력을 가하며 악한의 끝을 보여줬다.
백미녀는 또 다시 고통에 오열했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 택한 방법이었지만 다시 한 번 아들을 위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차재완은 백미녀에게 총을 겨누는 이중구를 보고, 쓰러진 가운데서도 총을 빼앗았고 그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사된 총알은 폐건물 안에 미리 뿌려 놓았던 기름과 만나 불길로 번졌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김해숙의 모성애 연기는 옳았다.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처럼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 드라마를 그나마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준 것은 아들 앞에서 무너지고 애틋해지는 어머니의 감정을 표현하는 김해숙의 모성애 연기, 그와 더불어 시너지를 낸 이동욱의 연기력이었다. 누구라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아들과의 만남 앞에 우는 어머니 김해숙의 연기를 보고 가슴이 저릿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32부작인 '호텔킹'은 이제 4회가 남았다. 백미녀와 차재완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두 모자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백미녀는 그간 꽁꽁 숨겨왔던 모성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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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