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 잡은 영화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바로 영화 ‘군도’다. 그동안 외화 밀려 주춤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영화 ‘군도’가 14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하정우와 4년 만에 돌아온 강동원의 호흡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된 올 여름 기대작이다.
영화는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백정 돌무치(하정우)에서 출발한다. 그는 한 여인을 죽여 달라는 조윤(강동원)의 청을 받아들이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로인해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자의 반 타의 반 화적떼에 들어가 조윤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군도’는 그저 사람답게 사는 것을 희망했던 이들의 드라마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활극 등이 조화를 이루며 137분 동안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사실적이면서도 호쾌한 액션은 ‘군도’의 미덕이다. 쌍칼을 휘두르는 돌무치는 다소 둔탁하지만 돌덩이 같은 몸과 장사의 힘이 특징이다. 홀로 무관 열 명쯤은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인 조윤은 우아하고 절제된 몸동작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수차례 맞붙는데, 야성적인 힘을 지닌 돌무치와 숙련된 칼 솜씨를 보여주는 조윤의 대결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캐릭터 열전도 흥미롭다. 성격부터 외양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돌무치와 조윤을 비롯해 기품을 지닌 지도자 노사장(이성민) 인간미 가득한 땡추(이경영) 경쾌한 지략가 태기(조진웅) 생각 보다 행동이 앞서는 괴력의 사나이 천보(마동석) 화끈한 홍일점 마향(윤지혜) 등 각기 다른 개성의 캐릭터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돌무치 주변을 멤도는 파리 등 ‘깨알 디테일’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다.
‘군도’는 오랜 만에 만나는 잘 만든 국산 오락영화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오락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윤종빈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액션활극인 동시에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무게까지 지니고 있다. 진지한 순간에도 터져 나오는 웃음 요소는 덤이다.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2012) 등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윤종빈 감독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할지 기대를 모은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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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