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자락이 휘날리는 그 모습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절제된 몸동작이 우아하다. 그의 무기는 고작 부채. 하지만 상대방은 이미 지쳐있다.
강동원이 영화 ‘군도’로 돌아왔다. 그는 ‘군도’에서 실력과 한을 동시에 지닌 서자 조윤 역을 맡았다. 나주 대부호인 조대감의 서자로 어린 나이에 최고의 무관이 될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비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이 있다. 그는 관과 결탁하여 악랄한 수법으로 백성을 수탈한다. 돌무치(하정우)에겐 복수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대로 ‘능동적으로’ 악행을 일삼는 그이지만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과 상처 탓에 무턱대고 미워할 수만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반전도 쥐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조윤을 연기하는 강동원 역시 화면에서 아름답게 다뤄진다. 얼굴에 검댕을 칠한 화적 떼 안에서 그의 곱상한 외모는 단연 돋보인다. 그를 향해 날아오는 수십 개의 화살을 전부 막아내는 실력자인데, 출중한 무예실력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구현된다. 특히 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캐릭터의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연출자 윤종빈 감독의 말과 달리 관객에겐 강동원의 출중한 외모가 강조되는 장면이다. 객석에선 “예쁘다”라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군도'는 강동원의 전역 후 첫 장편영화로 영화 '초능력자'(2010)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맞춰주기 버거울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고 극찬하는 하정우의 말처럼 강동원의 의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덕분에 홀로 군도를 상대하면서도 고고한 기품을 잃지 않고, 아름답고도 매서운 선을 그리는 칼의 액션을 그려내는 인물 조윤을 완성해냈다. 모델 출신 배우로 출발해, 전역 후 배우로서 제 2막을 시작한 강동원의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담는다.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정만식 김성균 김재영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2012)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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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스틸컷·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