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A, 15일 ‘조작의혹’ 조사위원회 구성…재경기는 힘들 듯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4.07.15 05: 59

대한야구협회(이하 KBA)가 제주고-포철고 경기 조작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 조사 파악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KBA는 앞서 지난 10일 “이번 건은 경기 시간도 그렇고 너무 보이기 때문에. 이런 것이 계속 반복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거나 해당 당사자들한테 경고가 안 된다면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OSEN 보도 이후 KBA는 11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의 중차대함을 감안할 때 경위서를 제출한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진상조사위원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 조작 의혹을 일으키고 있는 경기는 지난 7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제주고와 포철고의 경기다. KBA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하루 전인 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폭우로 인해 7일 단독으로 열렸고 경기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 지난 주말 경위서 제출 요구…15일 조사위원회 구성
KBA는 지난 주말 사이 해당 경기 관계자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15일 오후 조사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해당 경기 관계자에는 양 팀 감독과 박원정 구심을 비롯해 박현준 1루심, 최현종 2루심, 양성대 3루심이 있다. 또 경기 감독관역을 맡는 제주야구협회 박 모 전무이사와 KBA 소속인 신정섭 기록원이 있다. 
문제는 경기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경위서를 제출했느냐 여부다. 해당 경기 박원정 구심은 앞서 OSEN에 청룡기 대회 진출 여부에 미치는 최소 실점과 관련해 “심판은 어느 팀이 올라가는지 최소 실점이 어떻게 되는지 저희랑 상관이 없으니까 잘 모른다. 심판 역할만 한다”며 “심판들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당사자 부인할 경우 정황증거 통해 판단할 수밖에
성낙수 제주고 감독과 백운섭 포철고 감독이 부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A는 “문제는 당사자들이 ‘우리는 정상적인 경기를 했다’고 주장할 경우, 진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입증할 길이 없어서 그런데 그런 경우에는 정황으로 봐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BA는 “정황상 의심은 가지만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징계를 줄 때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어렵다”며 “결국 보편타당성을 근거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비정상적인 경기라는 정황증거는 다음과 같다.
당일 경기는 단독으로 열렸기 때문에 제주고와 포철고를 제외한 모든 팀의 득점과 실점이 파악 가능한 상황. 포철고의 1-0 승리라는 결과가 나와야 제주고와 포철고 모두 전국 대회인 청룡기에 진출할 수 있었다. 주말리그 규정에 따라 제주고와 포철고는 각각 경쟁 팀과 승패가 같았지만 최소 실점에서 앞서며 청룡기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 한 가지 정황증거는 경기 시간이다. 9이닝 정규경기가 1시간 26분 만에 끝났다. 지방의 야구감독 B씨는 지난 12일 OSEN과의 통화에서 “야구는 데이터다. 포철고가 앞서 했던 경기 시간이라든지 제주고 투수들의 전력을 봤을 때 나오기 힘든 경기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두 팀이 앞서 치른 4경기 평균 경기 시간과 비교해 볼 때 제주고-포철고 경기는 포철고는 1시간 2분 짧았고 제주고는 51분 짧았다.
▲ 이미 공표된 전국대회 일정…재경기 힘들 듯
오는 18일부터 제6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린다. 이미 지난 10일 한국고교야구 홈페이지와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에 대회 대진표가 공표됐다. 이를 돌려 재경기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A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관할하지만 전국대회는 언론사 자체 대회 규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 이번 경기 조작 의혹 건에 대한 징계 여부와 별개로 현재로서는 청룡기 대회는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징계 여부 결정, 결국 감독과 학생 위한 것
정황상 분명해 보이는 경기 조작 의혹 건이지만 직접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14일 OSEN은 해당 경기에 뛴 고교야구 선수 2명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경기 조작 의혹은 결국 전국대회 출전과 결부돼 있다. 전국대회 출전은 대학입시에서 주요한 평가항목 중 하나이기 때문. 한 명의 선수라도 더 대학에 진학시켜야하는 감독으로서는 비정상적인 경기를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유혹의 덫에 빠진다. 지금까지는 나쁜 관행으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지방 고교야구감독 A씨는 “내가 그 위치였다 하더라도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감독들은 다 아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하지만 협회에서 비정상적인 경기를 하면 이렇게 된다’라고 완전하게 못을 박는 뭔가 그림을 그려주면 감독들이 안 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감독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결국 피해는 자라나는 학생선수들에게 미친다. 학생선수들은 미래 야구인이 될 재목이다. 아이들이 보고 자라는 상황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줄 때가 됐다.
관행으로 여겨져왔던 나쁜 악습을 이제는 털어버릴 수 있을까.
rainshine@osen.co.kr
기사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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