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투수 정찬헌(24)이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을까?
내년일지, 후년일지는 모른다. 그래도 마무리투수 정찬헌은 분명 양상문 감독의 머릿속에는 들어가 있을만한 시나리오다. 만약 당장 내년 봉중근의 선발투수 복귀가 이뤄진다면, 마무리투수 후보 1순위는 정찬헌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가정이다. 양 감독은 봉중근이 주춤할 때도 “당장 마무리투수를 바꿀 일은 절대 없다. 우리 팀의 마무리투수는 봉중근이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래도 팀의 미래를 그리는 데에 있어 정찬헌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양 감독은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정찬헌의 기용 방향에 대해 “찬헌이는 중근이가 마무리로 나서지 못할 때 세이브 투수로 나간다. 예를 들면 중근이가 3일 연투를 했거나, 컨디션이 좀 안 좋으면 찬헌이가 1순위로 9회에 나갈 것이다. 물론 셋업맨도 가능하다. 어제처럼 (유)원상이와 (이)동현이가 많이 던져서 나오기 힘들 때는 찬헌이가 7, 8회에 나간다. 연장전서도 믿고 맡길 수 있다. 2이닝 정도는 던질 체력이 있기 때문에 필승조 모두가 연투 상황이 아닐 시에는 찬헌이로 연장전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찬헌은 지난 4일 마산 NC전서 봉중근 대신 9회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기록했다. 10회 연장 승부였던 9일 잠실 두산전에선 9회부터 마운드를 밟아 1⅔이닝을 소화했다. 기본적으로 필승조에 속해있으나,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등판하고 있는 것이다. LG 마운드의 유틸리티 투수라 할 수 있다.
정찬헌은 큰 기대 속에서 올 시즌을 맞이했다. 작년 2월 군복무를 마치고 재활군에 합류해 계획적으로 몸을 만들었고, 2014시즌 풀타임 출장을 바라봤다. 올해 시범경기만 놓고 보면, LG 불펜진에서 정찬헌의 공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정찬헌은 4월 등판한 6경기서 평균자책점 6.48로 부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빈볼사건으로 징계까지 받았다.
그래도 부진이 마냥 계속되지는 않았다. 지난 5월 11일 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부터 정찬헌은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6월 8경기 1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64, 7월에는 5경기 6⅓이닝 소화에 평균자책점 1.42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강상수 투수코치의 지도로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것을 수정했고, 어이없게 공이 오른쪽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모습도 줄어들었다. 공에 힘도 생기며 좀처럼 정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변화구 대한 감도 향상됐고, 꾸준히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감도 올라가고 있다. 포수 최경철은 “찬헌이가 커브를 마음대로 던지기 시작하면서 쉽게 타자를 잡고 있다. 커브 각도가 정말 좋아서 타자 입장에선 예측하고 들어오지 않으면 칠 수 없을 정도다”며 “경험을 쌓고 있는 것도 찬헌이에게 플러스가 되는 듯싶다. 원래 구위는 좋은 투수였으니까. 이렇게 변화구가 안정되고 마운드 위에서 대범한 모습을 이어간다면 지금의 상승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인위적인 리빌딩은 없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롯데 시절에는 파격적으로 리빌딩에 임했지만, LG는 당시 롯데보다 전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젊은 선수들만 기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 감독은 “어린 선수를 쓰기 위해 갑자기 자리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LG와 당시 롯데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리빌딩을 한다고 갑자기 큰 변화를 주는 것도 팀에 좋지 않다. 물 흐르듯 경쟁을 통해 팀을 만들 것이다”고 밝혔다.
결국 당장 정찬헌이 마무리투수로 고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올 시즌은 이런저런 상황과 마주하며 경험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올해로 프로 6년차지만, 정찬헌의 진짜야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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