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WC 결산] 구시대의 유물, '명품' 스리백의 향연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7.15 15: 01

지난달 13일(한국시간) 개막해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지구촌 최대 축제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이 한 달간의 열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차군단' 독일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고 통산 4번째 월드컵에 입맞춤했다.
이번 대회는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스리백의 향연이었다. 한 때 스리백이 널리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썼는데 최후방에 3명의 센터백을 세우고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비수 4명을 두는 포백이 대세를 이루면서 스리백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스리백이 재조명된 대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찬사를 받은 네덜란드(4강), 코스타리카(8강), 칠레, 멕시코(이상 16강) 등이 모두 스리백을 사용하며 전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전술적인 완성도가 가장 높은 스리백을 선보였다. 과거 스리백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스리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윙백들이 자유자재로 공간을 지배했다. 공격 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의 측면을 허물었고, 수세 시 파이브백을 형성해 상대의 숨통을 조였다.
브라질과 3-4위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네덜란드는 역습 시 아르연 로벤이 돌파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로빈 반 페르시가 성공시키며 전반 3분 만에 리드를 잡았다. 전반 17분엔 좌측 윙백 달레이 블린트가 공격에 가담해 박스 안에서 추가골을 넣으며 가공할만한 스리백의 위력을 과시했다.
코스타리카도 스리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당초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 등과 한 조에 속해 죽음의 조 희생양으로 당연히 여겨졌으나 당당히 조 선두로 16강행을 이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스와 16강전서 1명이 퇴장 당하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승부차기 혈투 끝에 사상 첫 8강행의 꿈을 이뤘다.
멕시코와 칠레도 스리백을 무기로 선전을 펼쳤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2차전서 브라질과 0-0으로 비겼고, 네덜란드와 16강전서도 1-2로 석패하긴 했지만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칠레는 조별리그 2차전서 스페인을 2-0으로 제압했다. 브라질과 16강전서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짐을 싸긴 했지만 '개최국' 브라질을 벼랑 끝까지 몰고갔다.
온고지신.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스리백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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