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WC 결산] ‘40년 만의 참사’ 유럽 강호들의 힘없는 탈락 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7.15 15: 01

이변은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나 그 이변들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면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그랬다.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이 조별리그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유독 이변이 많이 발생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특히 남미와 북중미를 비롯한 신대륙의 반격이 거셌다. 그 와중에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는 유럽의 강호들이 희생됐다. 당장 ‘전 대회 우승팀’인 스페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 그리고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비슷한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신대륙의 힘에 눌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8년 유럽선수권,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2년 유럽선수권을 차례로 제패하며 세계 최고의 팀으로 손꼽혔던 스페인은 조별리그 B조에서 네덜란드, 칠레에 밀려 탈락했다. 네덜란드에게 1-5 참패를 당한 스페인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칠레와의 경기에서 0-2로 지며 조기탈락이 확정됐다. 대회 초장부터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조별리그 D조에 나란히 속한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 우루과이에 밀려 3·4위로 떨어졌다.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세 팀이 모두 토너먼트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74년 서독 대회 이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당시는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외에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특급 스타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미국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고 크로아티아는 멕시코의 짜임새를 돌파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은 체력적인 면이다. 월드컵에서만 15골을 넣은 호나우두(브라질)는 “유럽 선수들이 너무 지친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임했다”라고 지적했다. 소속팀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여기에 새로운 전술 개발에 소홀한 팀도 있었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조차 끌어내지 못했다. 남미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이런 강호들의 참사 속에 유럽은 16강에 6팀을 올려두는 데 그쳤다. 2006년 독일 대회 당시 16강에 무려 13개 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이었음을 고려하면 확실히 남미의 문턱은 높았다. 다만 독일과 네덜란드가 4강까지 올라가며 선전했고 독일이 4강에서 브라질,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라는 남미의 양강을 차례로 꺾으며 우승에 성공한 것은 유럽의 위안이었다. 역설적으로 남미 대륙에서 우승을 차지한 첫 유럽 팀이 나온 것이다. 유럽의 강호들이 이번 대회의 한을 유럽에서 열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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