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할때 목소리 톤 자체가 다르다".
이대호(소프트뱅크)의 일본어 통역을 담당하는 정창용 씨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올 시즌 맹활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2006년부터 6년간 이승엽과 동고동락했던 정창용 씨는 "요즘 통화할때 목소리 톤 자체가 다르다"며 "승엽이형이 잘 하니까 정말 기분 좋다"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이어 그는 "승엽이형의 실력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할 이유가 없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항상 믿어주시는 게 큰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승엽에게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았다.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 국민타자의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름 빼고 다 바꿨다"고 말할 만큼 명예 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14일 현재 타율 3할2리(295타수 89안타) 19홈런 60타점 46득점 2도루.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좋아졌다.
"손가락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정창용 씨는 아쉬움 가득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이었던 2007년 10월 왼손 엄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전과 8월 본선 무대까지 뛰었다.
정창용 씨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때 승엽이형의 손가락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더욱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 대표팀에 참가했었다. (베이징 올림픽에) 다녀와서도 계속 아팠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야구에서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정창용 씨는 "당시 승엽이형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낫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렸을텐데 후배들의 병역 면제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참가를 강행했다. 아마 승엽이형은 당시 선택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창용 씨는 "승엽이형이 한국에서 잘 하니까 참 좋다. 정말 재미있게 잘 지내는 것 같다. 야구도 잘 되고 팀 성적까지 좋으니 더 바랄 게 없는 것 같다"며 "요즘 통화하면 '야구가 잘 돼 즐겁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 시리즈를 보기 위해 잠실 구장을 찾았던 정창용 씨는 "승엽이형이 오랫동안 잘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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