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좌완 류현진(27)이 메이저리그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그 원동력은 다름아닌 힘있는 패스트볼이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로 등판, 6이닝만을 소화하며 2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투구수는 92개로 한계투구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돈 매팅리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임을 감안해 불펜을 가동, 류현진의 10승을 지켜주는 데 성공했다.

류현진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또 하나의 이유는 전력투구였다. 직전 등판(9일 디트로이트전, 2⅓이닝 10피안타 7실점)에서 좋지 않은 투구내용을 보여준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10승 달성에 도전했다. 그러한 류현진의 각오는 높은 구속으로 나타났다.
미국 메이저리그 투구 통계 사이트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의 14일 경기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3.16마일(약 150km)였다. 류현진이 평균 구속 150km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하니 다른 구종도 함께 살아났다. 특히 류현진이 올해 장착한 컷 패스트볼(본인은 빠른 슬라이더라고 설명)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는데, 우타자 몸쪽에서 살짝 아래로 꺾이며 떨어지면서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결정구로 쓰였다.
류현진은 평균구속이 잘 나오는 날 성적이 좋은 편이다. 올해 패스트볼 평균구속 92마일(약 148km) 이상을 기록했던 경기는 3월 31일 샌디에이고전(7이닝 7탈삼진 무실점)과 5월 22일 뉴욕 메츠전(6이닝 9탈삼진 2실점), 6월 28일 세인트루이스전(7이닝 7탈삼진 1실점), 그리고 7월 14일 샌디에이고전(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삼진 7개 이상을 잡은 날은 어김없이 구속이 빨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류현진은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자주 보여주지 않았다. 완급조절을 해도 충분히 통했기 때문에 빠른 공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매 경기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구속이 빨라 경기를 쉽게 풀어가고 있지만 그 반대인 날은 어려운 경기를 펼친다.
결국 후반기 류현진이 호투를 펼치기 위한 조건은 패스트볼 구속 유지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그리고 커터까지 위력을 발휘하려면 기본적으로 패스트볼 구위가 좋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열쇠는 체력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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