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두 남자가 맞붙는다. 배우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군도’다.
‘군도’는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다. 생동감 넘치는 액션과 잘 짜인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주인공 돌무치 역의 하정우와 조윤 역의 강동원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137분을 꽉 채운다.
하정우가 맡은 돌무치는 순박한 백정에서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강인한 화적이 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초반 돌무치는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낼 만큼 어수룩하다. 며칠을 감지 않은 듯 기름진 머리에 얼굴엔 검댕을 칠했다. 그 주변에는 시종일관 파리가 꼬인다. 머리와 수염을 꼬거나 입술을 쭉 내밀고 어눌하게 말하는 그는 틱 장애도 지녔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하정우가 극 중 18세 설정이라는 것.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설정이지만 윤종빈 감독이 추가했다. “머리를 미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하정우의 말대로 하정우는 10대 초반의 지능을 지닌 10대 후반의 인물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그를 대표하는 ‘먹방’ 장면 또한 영화 곳곳에 등장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 돌무치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조윤이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조윤은 서자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삐뚤어진 인물이다. 백성을 수탈하는 방법이 악랄하기 그지없다. 그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과 슬픔으로 무작정 미워할 수만은 없다.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는 그의 대사에는 어린 조윤이 겪었을 고독함이 묻어날 정도다. 하정우가 웃음을 담당했다면 강동원은 멋짐을 담당한 셈이다.
거친 화적떼 사이에서 강동원의 곱상한 외모는 단연 돋보이는데, 때문에 취재진으로부터 “하정우와 강동원은 다른 반사판을 이용해 촬영했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 아름답고도 매서운 선을 그리는 칼의 액션은 우아하고 절제된 몸동작으로 표현된다. 그가 머리를 푸는 장면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 컷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출중한 외모가 빛나는 장면이다.

돌무치와 조윤은 수차례 맞붙는데, 도살할 때 사용하는 쌍칼을 휘두르며 야성적인 힘을 자랑하는 돌무치와 장검을 이용해 검광을 흩날리며 숙련된 솜씨를 보여주는 조윤의 대결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자칫 영웅화 될 수 있는 돌무치는 마지막까지 코믹함을 잃지 않으며 극을 이끌고 간다. 조윤은 시종일관 악행을 일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반전을 쥐고 있다. 한 캐릭터에 치우치지 않은 것도 ‘군도’의 미덕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하정우와 전역 후 돌아온 강동원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담는다.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정만식 김성균 김재영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2012)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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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