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비정상회담', 버릴 캐릭터 없는 쫀득한 떼토크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7.15 11: 09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을 나누는데, 그 모습에 웃음이 난다. 길다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능숙한 한국어로 의견을 주고받는 이들이 해외 11개국에서 날아온 '비정상' 청년들이기 때문.
지난 7일 첫선을 보여 안방극장에 신선한 재미를 안겼던 종편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연출 임정아)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수직상승을 이루며 2%대에 육박, 또 한 번 시선을 집중시켰다.
방송 전 시청자의 기대감이 전현무-유세윤-성시경으로 구성된 3MC의 호흡에 쏠렸다면, 현재 2회 방송을 마친 '비정상회담'의 인기 견인 요소는 바로 버릴 캐릭터 하나 없는 호흡이 척척 맞는 떼토크 그 자체에 있다.

넘쳐나는 떼토크쇼들이 존재감의 불균형으로 결국 '있으나마나'한 존재들을 배출하는 것과 달리, '비정상회담'은 단 2회 방송만에 11명 모두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각자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11명의 외국인 중 과반수 정도가 방송 경험이 없는 비(非)방송인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보수적 남성상의 정점을 찍으며 '유생' 수식어를 붙인 터키인 에넥스 카야(31)는 능수능란한 한국어로 확고한 자신의 가치관까지 전달해 매회 눈길을 사로잡는 대표 인물. "인생 한 순간이야"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를 보고 있자면 실제 국적이 의심될 지경이다.
에넥스만큼 논리로 무장한 이는 미국인 타일러 러쉬(27)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그는 시종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내놓는다. 사이사이에 섞어쓰는 사자성어는 벌써부터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외에도 '혼전동거'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진솔한 주장을 펼쳤던 중국인 장위안(31), 독특한 '욥'체로 웃음을 만드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31),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종종 에네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호주 미청년 다니엘(21), 탐험가와 유부남 사이에서 공감의 웃음을 이끄는 영국인 제임스 후퍼(27)의 활약도 돋보인다.
또한 '뻥'과 특급 리액션으로 주목받는 방송인 샘 오취리(25), 특유의 '깐죽'으로 전현무에게 '벨기에의 전현무'라 불렸던 줄리안(27), 힘들었던 사기 경험을 고백하고도 '3끼 한우'를 목표로 내건 긍정마인드로 똘똘 뭉친 기욤 패트리(31),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한 크로스진 멤버 테라다 타쿠야(23), '트로트엑스'에 출연했던 프랑스인 모델 로빈(25) 등 총 11인과 3MC의 조합은 쫀득 그 자체다.
MBC에서 '무릎팍도사'를 연출했던 임정아 PD가 앞서 제작발표회장에서 "최근 10년 안에 나온 토크쇼 중에 가장 새로울 것"이라고 과감히 자평했던 게 자못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만, 매회 한국인 '비정상' 대표로 등장할 게스트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다. 첫 회 출연한 장동민이 이름도 생소한 '비정상회담'의 재미요소의 축을 맡았다면, 2회 출연한 미스코리아 정소라, 개그우먼 이국주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게스트였다. 이들에게 집중된 시선이 오히려 자리를 잡아야 하는 '비정상회담'에 독이 됐다는 의경이 상당수다. 이는 3회 게스트로 예고된 신해철에 우려의 시선을 벌써부터 보내는 이유.
이제 막 2회의 터널을 통과한 '비정상회담'을 향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당초 '히든싱어' '마녀사냥' 등의 JTBC 대표 예능프로그램들이 뒤늦게 인기에 붙이 붙었던 것과 달리 단 2회만에 이뤄낸 결과다. 시청률 뿐 아니라 방송 다음날이면 포털사이트의 TV오락 일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중의 관심도도 높다.
3MC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 외국인 패널들로 기대감이 높아진 '비정상회담'이 그들이 초반 내비친 자신감처럼 JTBC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지상파 예능을 위협할 만큼의 존재감을 내비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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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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