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영화 ‘군도’(윤종빈 감독)를 보면서 든 여러 의문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대역 여부였다.
특히 말 위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액션 장면이 여럿 등장하다보니 배우들이 어느 선까지 대역을 썼는지 내심 궁금했다.
확인 결과, 하정우 강동원은 스턴트 대역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위험한 승마 액션 신을 모두 소화했다. 둘 다 ‘군도’ 촬영을 앞두고 승마를 처음 배운 초보자들이었는데 실력과 담력이 여느 배우들과 달랐다고 한다. 새만금에서 촬영한 벌판 전속력 추격신은 물론이고, 말 위에서 현란하게 칼을 휘두르는 고난이도 액션 장면까지 100% 자신들의 기량이었다.

‘군도’에 말을 출연시키고 배우들에게 승마를 가르친 비월승마 측은 15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촬영장에 늘 대역을 준비시켰지만 이들이 촬영한 적은 아쉽게 한 번도 없었다. 하정우 강동원씨가 끝까지 말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고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하정우의 경우 신인 시절 대하드라마 ‘무인시대’에 출연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말 위에서 떨어졌던 기억 때문에 말에 대한 공포감이 컸지만, 말과의 친화력과 특유의 담력으로 과거 트라우마를 이겨냈다고 한다.
하정우 소속사 이상훈 실장은 “영화에 정우 형이 타고나온 말 이름이 롤링인데 형이 현장에서 매니저들 보다 롤링을 더 챙기며 살갑게 지냈다”고 말했다. 날마다 말이 건초는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을 체크하며 동료의 컨디션을 살폈다는 후문이다.
강동원은 타고난 운동 신경 덕분에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극중 화려한 기승 액션신을 빚어낼 수 있었다. 그중 압권은 말 위에서 왼손으로만 고삐를 쥔 채 칼을 든 오른팔을 일자로 쭉 뻗어 달리는 장면이었다. 현장에서 자신감이 붙은 강동원과 승마 조교인 이연우 대표의 합작품이었다.
이연우 대표는 “군도에서 동원씨가 탔던 말 그레이스가 얼마 전 다른 영화 촬영장에서 안타깝게 사고사를 당했는데, 그 소식을 뒤늦게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슬퍼하던 동원씨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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