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처세왕’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핵폭탄급 엔딩으로 10회의 막을 내렸다. 16부작인 드라마의 분량을 감안할 때(2회 연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무리가 없는 전개였지만, 갑작스럽게 주인공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시청자들은 애정 섞인 원망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고교처세왕'(극본 양희승, 조성희 연출 유제원)에서는 동생 정유아(이열음 분)의 학교를 방문했다가 교복 입은 자신의 연인 이민석(서인국 분)을 발견하게 되는 정수영(이하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수영과 이민석은 애틋하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정수영은 우연히 사장실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가 아버지 앞에서 애원하고 있는 유진우(이수혁 분)을 보게 됐다. 유진우의 애처로운 뒷모습을 보게 된 정수영은 다시 회사 앞에서 차 사고를 내고 혼란스러운 정서를 드러내는 유진우를 보게 됐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어머니를 외면하는 아버지로 인해 상처 입은 유진우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정수영에게 “왜 자꾸 내 눈에 거치적거리느냐?”며 그냥 도와줬을 뿐이라는 대답에도 “가지 말라. 잠깐만 같이 있어 달라”고 붙잡으며 키스를 하려 했다. 그런 유진우의 뺨을 때리고 자리를 뜬 정수영은 연인 이민석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유진우가 회사에서 참석한 한 행사장에서 이민석-정수영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약이 올라 간밤의 일을 말한 것. “여자들이 나쁜 남자라고 하기에 거칠게 다뤄주면 좋아할 줄 알았다”라고 빈정대는 유진우를 향해 이민석은 주먹을 날렸다.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후, 서로를 너무나 아끼는 이민석과 정수영은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다. 이민석은 “원래 연인 사이에는 비밀이 없는 거다. 우리 앞으로 비밀 만들지 말자. 이제 나는 본부장님한테 전부 다 말할 거다”라고 약속하는 정수영의 모습을 보며 정체를 숨기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다. 말없이 연인을 바라보며 안아주는 그의 애틋한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는 이민석의 시도가 한 차례 실패하고, 그의 비밀은 끝내 최악의 장소에서 밝혀졌다. 학교에서 교복을 입은 이민석을 정수영이 발견하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정수영의 동생 정유아는 언니와 이민석의 관계를 모른 채 “이서방”이라며 이민석의 팔을 붙잡았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삼자대면에 시청자들은 ‘멘붕’을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빨리 터져버린 비밀이 이민석-정수영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감을 자아내는 상황. 사실 ‘고교처세왕’에서 이민석 정체의 비밀은 드라마가 품고 있는 몇 가지 미스터리들에 비하면 가장 약한 것 중 하나다. 드라마의 시발점이 된 이민석 형 이형석은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유진우 아버지 유재국(한진희 분)과 이민석 친부의 관계 역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한 ‘고교처세왕’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너무 길다’고 표현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이 유독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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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처세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