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템의 젠부샤쓰] "색깔이 없어진 블레이즈, 솔로랭크 처럼 각자 노는 프로스트"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7.16 09: 46

롤챔스 서머 2014시즌 16강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16강 4주차 최고의 화제는 단연 CJ 프로스트 CJ 블레이즈의 롤챔스 16강 탈락이죠. 오랜만에 500명 가까운 관중이 몰린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일약 '용산 도서관'으로 탈 바꿈 시켰습니다.
최소한 롤챔스 8강을 보장했던 두 팀의 동시 16강 탈락은 이 두 팀을 이기고 올라간 SK텔레콤 S나 진에어 스텔스의 활약을 덮고도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그의 막힘없는 시각으로 롤챔스 서머시즌을 분석했습니다. 열 아홉 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 4주차 경기들도 대단한 경기가 많았습니다. SK텔레콤 K와 무승부를 기록한 IM 1팀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더욱 화제가 됐던 것은 CJ 형제팀의 동반 8강 좌절인데요.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탈락은 정말 많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죠. 이현우 해설의 친정이기도 한 CJ의 16강 탈락.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팀이 이기고 지는 데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요. 사실 왜 경기를 졌는지에 대하여 굉장히 디테일하게 1경기 1경기를 분석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저는 지엽적인 부분 부분보다는 큰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한 번 굉장히 단순하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물론 해결하는 것은 어렵겠죠. 언제나 문제를 제시하는 쪽은 쉬운 법이니까요.)
팀이 강해지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강화하거나.
보통 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만 해도 충분하며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기본적으로 장단점은 거울처럼 맞물리는 경향을 띄고 있으니까요.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부진의 이유는 바로 저 두 가지 중 어떤 것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한 팀씩 대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 쪽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하는 SWOT분석을 살짝 이용했습니다. 편의상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만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O와 T는 여러분이 한 번 분석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블레이즈
강점: 운영의 블레이즈라고 불릴 만큼 운영능력이 탁월하다. 그 중에서도 탑과 미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플릿푸시운영 1-3-1 혹은 1-4운영을 아주 선호하며 잘한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라인전을 잘하는 편이며 탑의 경우 능력치는 개인기로만 볼 때는 국내 최고 선수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탑 중심의 운영을 자주 펼친다. 일단 탑에서 이득을 보기시작하면 이 주도력이 ->정글->미드로 연결이 되며 이 후 전체적인 게임으로 확산이 된다. 탑에서 주로 스플릿이 가능한 챔프를 쓰기에 미드와 같이 1-3-1로 게임을 흔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상대방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글로벌골드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원래는 미드의 주도력 비중도 높았지만 엠비션의 슬럼프로 인하여 플레임의 비중이 과하게 높아진 경향이 있다.)
약점: 운영의 시작과 끝은 보통 탑의 성장정도에 따라 결정되기에 자칫해서 탑이 말릴 경우 본인들이 자랑하는 운영자체를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리기도 한다. 이 경우 나머지 4명이 잘 커도 종종 발생한다. 일단 탑이 잘 커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블레이즈. 하지만 요즘 메타는 탑이 크기 힘든 것이 함정.
게다가 탑중심의 운영을 펼칠 때의 가장 핵심은 미드와 바텀이 최대한 무난하게 버텨주는 것이 중요한데 상대편이 오히려 탑을 버티며 미드와 바텀을 공략할 경우 블레이즈쪽 다른 라인에게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 VS 삼성표 탑솔로와 같이 안정적인 탑을 보유한 팀과 붙을 때 약점이 극대화됨. 제풀에 쓰러짐.) 요약하면 강점이 너무 확실하고 뻔해서 예측당하기 쉬움.
멘탈이 강한 팀은 아니라 실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속도가 아주 빠름.
탑 운영에 너무 중심을 두다보니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이 색깔이 없어지는 느낌이 있음.
어느 정도 정답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블레이즈의 경기를 보면 1:4스플릿푸시구도에서 플레임과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이 따로 노는 장면이 자주 나오며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집니다.
애초에 상대편도 블레이즈의 운영방식을 알기에 기본적으로 탑을 저격밴을 하며 여러 가지 전술을 통하여 탑의 성장을 계속해서 늦춥니다. 게다가 플레임과 더불어 블레이즈의 양날개중 하나였던 엠비션은 요즘 너무 무난하게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블레이즈의 운영방식이 너무 단순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캐리의 한 축인 원딜을 맡고있는 엠퍼러도 너무 무난하고요.
강팀은 누군가 1명만 캐리해서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탑이 힘들 때는 정글이, 정글이 힘들 때는 미드가, 위의 3명이 힘들 때는 바텀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모두가 캐리 하는 팀이 비로소 강팀인 것이죠. 그런 점에서 블레이즈는 다시 한 번 본인 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 프로스트를 한 번 볼까요. (과거기준이 아니라 현재기준으로 분석을 하겠습니다. 뭔가 일을 크게 벌려놓은 느낌이네요. 힘들어요. ㅠ)
강점: 전반적으로 라인전이 안정적이며 강하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미드가 단단하며 정글과의 호흡도 좋다. 정글러가 굉장히 적극적이며 컨트롤이 뛰어나 종종 좋은 변수를 만들어낸다.(스틸!!!!!!!!!!!!!) 그렇기 때문에 라인전에서부터 우위를 가져가며 스노우볼을 굴리려는 경향이 있다.
항상 힘든 경기를 오래해 왔기에 멘탈이 강하다. 보는 사람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가 있다. 메라가 있다.
약점: 뭔가 컨셉트도, 색깔도 부족하다. 솔로랭크처럼 각자 노는 경향이 있어 다대 다싸움, 한타 에서 약하다. 특히 한타에서 호흡도 잘 맞지 않으며 주요 스킬도 잘 빗나가는 등 컨트롤 자체는 개개인이 뛰어나나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부족하기에 초반에 무언가 이득을 챙기지 못하면 상당히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반대로 유리해도 곧 잘 역전 당하곤 한다. 전반적으로 너무 독기가 없다.
사실 요즘 프로스트를 보면 어설픈 SKT K를 보는 것 같습니다. 라인전에서 상대방을 압살하며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을 선호하는 K의 스타일을 따라가려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라인전이 강하지도 않으며 그 스노우볼을 굳히는 것도 잘 하지 못합니다. 뚜렷한 운영의 방향성이 없다면 아무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을 만큼 강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없다는 이야기죠.
잠시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앞으로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지 다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프로스트나 블레이즈나 저한테는 굉장히 인연이 깊은 팀들이기에 분석을 하는 내내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부디 다음에는 “어떻게 CJ가 다시 최강자가 될 수 있었나?”를 두고 분석해보는 때가 왔으면 좋겠네요.
애들아 파이팅해라 무릎은 굽혔지만 다음에 힘차게 점프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 IM 1팀의 선전은 눈 부셨습니다. SK텔레콤 K와 비겼는데요. '대진운이 나빴다' 강동훈 감독의 장난 섞인 볼멘 소리가 투정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 강동훈 감독의 말은 그 어떤 프로 팀들도 투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삼성 블루와 SKT K를 맡아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겠죠. 그만큼 블루와 K는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팀들이며 리빌딩을 하며 시간이 필요했던 IM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M은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죠. IM 1,2팀은 블루와 K를 상대로 한 세트씩 잡아냈고, 리븐, 럭스 등 참신한 픽들도 선보이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져도 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 8강 1주차에서는 KT 애로우즈와 나진 실드, 나진 소드와 SK텔레콤 S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기대하시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경기를 눈여겨 보는게 좋을까요?
▲ 사실 8강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진검승부이자 실력을 검증 받은 팀들 간의 대결이기에 어느 경기든 저를 흥분시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애로우즈와 실드의 경기가 아주 기대가 되네요. 저번시즌 다크호스에서 이제는 노련함까지 갖춘 정말 강해져서 돌아온 애로우즈와 지난 시즌 준우승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며 형제의 도움으로 힘겹게 올라온 실드. 기본적으로 애로우즈의 우세를 점치지만 그래도 실드는 소년 만화 같은 드라마적인 느낌이 있기에 기대를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정글러로 꼽는 카카오와 와치의 대결이 너무 흥미진진하네요. 최근 패치로 인하여 렝가가 글로벌 밴에서 풀렸고 초식정글도 사용이 가능하기에 정글싸움이 볼만할 겁니다. 롤챔스에서 만나요!!!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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