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120분 혈투 끝에 승부차기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8강에 진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6강) 경기서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 끝에 2-2(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서울은 FA컵 사상 첫 3연패를 노린 포항의 꿈을 좌절시키고 슈퍼매치 승리에서 이어진 상승세를 지켜나갔다.
얄궂은 만남이다.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9일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후반기 첫 대결을 가진 서울과 포항은 이날 FA컵에서 다시 한 번 승리를 두고 맞붙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달 20일과 2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과 9월 7일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까지 후반기에만 5번이나 만난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도 잦은 만남에 쓴웃음을 지었다. 자주 만나 서로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전력으로 부딪히기 쉽지 않은 법, 양팀 사령탑의 경기 전 전망은 이구동성 '루즈한 경기가 될 것'이었다.
양팀 감독의 예상이 적중한 전반전이었다. 조심스러운 경기 진행 속에서 차두리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강수일의 돌파가 빛났다. 그러나 양팀 모두 득점은 없었고, 몇 차례 슈팅을 주고 받는데 그치며 0-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공격적인 변화를 먼저 꾀한 쪽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후반 8분 고요한 대신 윤일록을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윤일록 투입 후 불과 3분 만에 오히려 포항에 선제골을 내줬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어진 공격 흐름을 탄 포항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뽑아낸 것.

오른쪽 측면에서 황지수가 김승대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김승대가 골대 정면으로 올린 크로스를 김형일이 헤딩으로 밀어넣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39분 부상당한 김원일 대신 교체투입된 김형일은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 골을 내준 서울은 초조해졌다. 단판승부 90분 싸움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동점골을 터뜨려야했다. 최 감독은 후반 17분 김진규를 빼고 윤주태를 투입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포항도 맞불을 놓았다. 후반 20분 이광혁 대신 문창진을 그라운드로 들여보내며 골을 노렸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공방전은 한결 더 치열해졌고, 골을 만들어내기 위한 두팀의 싸움도 더욱 뜨거워졌다.
서울은 오버래핑에 이은 차두리의 슈팅이 빗나가고 후반 25분 윤주태의 돌파가 김형일에게 가로막히는 등,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후반 32분 에스쿠데로의 잘 맞은 슈팅도 신화용의 정면으로 굴러가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몰리나를 빼고 고광민까지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려본 서울의 마지막 분전은 포항의 수비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후반 45분, 경기 종료 직전 윤주태가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서울의 패배를 막았다. 김치우가 페널티 박스 앞에서 날린 슈팅이 윤주태의 발을 맞고 굴절돼 포항의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포항은 승리를 놓쳤고,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앞서가다 리드를 놓친 포항은 연장 전반 서울의 골문을 거세게 두들겼다. 그러나 연장 전반 14분 문창진의 잘 맞은 슈팅이 유상훈의 선방에 가로막히는 등 골은 터지지 않았고, 연장 후반 고광민의 돌파에 이은 슈팅도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팽팽하던 균형은 연장 후반 9분 깨졌다. 고명진이 달려드는 고광민을 보고 정확하게 내준 패스가 신화용과 포항 수비수, 그리고 고광민 사이로 흘러갔다. 고광민은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골문을 향해 공을 밀어넣었다. 서울의 2-1 리드. 그러나 후반 45분 윤주태의 극적 동점골이 터졌다면, 연장 후반 15분에는 강수일의 극적 동점골이 터졌다. 승리를 확신하던 서울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강수일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고, 결국 두팀은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게 됐다.
포항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 김재성의 슈팅이 먼저 골망을 갈랐다. 유상훈은 정확히 방향을 잡고 슈팅을 쳐냈지만 쳐낸 공이 골대 안쪽으로 굴러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도 가볍게 슈팅을 성공시키며 두 팀의 팽팽한 대결은 계속됐다.
그러나 감을 잡은 유상훈의 선방 본능은 무서웠다. 김재성의 슈팅을 아깝게 놓친 유상훈은 두 번째 키커 김승대를 펀칭으로 막아냈고, 이에 응답하듯 서울의 두 번째 키커 윤주태가 포항의 골망을 가르며 서울이 2-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 번째 키커 문창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며 승리의 여신은 서울 쪽에 미소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은 김치우와 강승조가 모두 승부차기에 성공한 반면, 포항은 두 번의 실축으로 120분 혈투 끝에 패하며 사상 첫 FA컵 3연패 도전의 꿈을 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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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