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veteran), 혹은 노장(老將). 프로야구에서 선수생활의 전성기는 보통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보통은 노장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노장이라는 말보다 베테랑을 더 선호한다. 결코 그들은 늙은 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보통은 만 35세가 넘어서면 점점 기량은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한다. 물론 반대사례도 있다. 작년 큰 이병규(LG)는 만 39세의 나이에 타율 3할4푼8리로 최고령 타격왕을 차지했다. 거기에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이제 프로야구에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는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다.
2014년 프로야구 전반기 가장 빛났던 '베테랑'은 우완 최영필(40,KIA)이었다. 작년 SK가 코치연수를 제의했지만 현역 연장을 희망하며 계약을 해지했고, 불펜이 무너진 KIA가 최영필을 영입했다. 신고선수 신분이었기에 6월부터 출전하고 있는데 그 활약이 놀랍다. 17경기에 등판, 3승 6홀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3.33으로 필승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IA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하고 있는 최영필이다. 내년 아들 종현 군(제물포고)이 프로에 입단한다면 최초의 부자 현역선수 기록도 달성 가능하다.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7,롯데)의 활약도 눈부셨다. 옥스프링은 전반기 19경기 108⅓이닝 7승 5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롯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작년(3.29)보다 평균자책점이 조금 높아졌지만 오히려 순위는 올해 10위로 더 높다. 이닝소화도 5위로 팀 내 공헌도가 높다. 옥스프링은 "내 나이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매년 하던 대로 준비했을 뿐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활약을 설명한다.
손민한(39,NC)도 빼놓을 수 없다. 리그를 주름잡던 과거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지만 NC 불펜에서 경험과 힘을 동시에 더해주고 있다. 올해 35경기에 출전, 31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 중이다. 작년보다 오히려 평균자책점은 더 떨어졌고 NC 뒷문을 지키는 필승조로 전혀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얼굴만 봐서는 30대 초반 선수로 착각할 수 있는 박정진(38,한화)도 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투수다. 36경기에 출전, 30이닝을 소화한 박정진은 2승 1패 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최근 3년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수들 가운데는 이승엽(38,삼성)의 부활이 반갑다. 작년 성적이 떨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보기 좋게 부활에 성공했다. 전반기 타율 2할9푼3리에 19홈런 60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홈런 13개를 쳤던 이승엽은 벌써 19개를 담장 너머로 날렸다. 지금 페이스라면 30홈런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홍성흔(37,두산)도 꾸준한 모습이다. 두산 복귀 2년 차인 홍성흔은 타율 3할3푼1리 14홈런 53타점으로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두 번의 FA에서 모두 모범적인 성적을 거둔 홍성흔은 올해는 2011년(.306) 이후 3년 만에 타율 3할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인생은 이호준처럼, 이호준(38,NC)은 NC에서 다시 전성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작년 팀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 하더니 올해도 타율 2할7푼4리 15홈런 58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는 나성범과 에릭 테임즈가 맹활약을 펼쳐 이호준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지만, 여전히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큰형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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