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외인 잔혹사’, 외국인 선수 벌써 6명 짐쌌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4.07.17 06: 10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6명의 외국인 선수가 짐을 쌌다.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은 반년 만에 떠나야했다.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가 16일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 시즌 가장 큰 화두였던 타고투저 속에서 4명의 외국인 투수가 전반기를 채우지 못한 채 방출됐고, 2명의 외국인 타자도 한국무대를 떠났다.
지난해 한 시즌 동안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방출된 것에 비하면 외국인 교체 타이밍이 빨라졌다. 그만큼 각 구단들이 후반기 재도약을 위해 빠른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6일까지 모두 6명의 외국인 선수(브랜든 나이트, 케일럽 클레이, 조조 레이예스, 조쉬벨, 크리스 볼스테드, 루크 스캇)가 방출됐다. 투수들은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들에 고전했고, 타자들은 타고투저의 흐름을 역행하듯 방망이가 침묵했다.

먼저 넥센 히어로즈는 상위권 싸움을 위해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나이트와 5월14일 이별을 택했다. 나이트는 2012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최고의 활약을 하는 등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이 깊어지자 정든 팀을 떠나야 했다. 1,2위 싸움을 하는 넥센으로서는 기복 없는 외국인 투수가 절실했다. 특히 선발 마운드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정’만으로는 나이트를 남겨둘 수 없었다. 넥센은 대체 선수로 KIA에서 뛰었던 헨리 소사를 영입했다. 소사는 17일 현재 9경기서 4승2패 6.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한화의 케일럽 클레이와 SK의 조조 레이예스는 각각 6월 11일과 23일에 웨이버 공시됐다. 역시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클레이는 당초 안정된 제구력과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클레이는 10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8.33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자신은 슬로우 스타터라며 경기에 나설수록 괜찮아질 것이라 했지만,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짐을 쌌다. 문제는 대신 데려온 라이언 타투스코도 3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8.76으로 부진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30경기서 8승13패 4.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2승7패 평균자책점 6.55로 좀처럼 부활하지 못했다. 힘을 앞세운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불안한 제구로 난타 당했다. 살얼음판을 걷던 레이예스는 지난 6월 18일 문학 삼성전에서 박석민의 머리로 향하는 강속구를 던져 논란이 됐다. 공을 던진 후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 마운드를 내려가 많은 야구팬들의 미움을 샀다. 결국 레이예스는 5일 뒤 방출됐다. 새로 영입한 트래비스 밴와트는 첫 경기 등판서 6이닝 4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4번째로 방출된 외국인 투수는 두산의 볼스테드였다. 볼스테드는 17경기 5승7패 평균자책점 6.21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떠났다. 제구력이 크게 나쁘진 않았으나, 변화구 구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투심 패스트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볼 배합이 타자들에게 간파 당했다. 더스틴 니퍼트가 초반의 부진을 딛고 안정감을 찾은 반면에 볼스테드는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두산과 이별했다. 두산은 대체 선수로 쿠바 출신의 유네스키 마야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한 타자들도 구단의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기존 2명의 외국인 선수에 외국인 타자 한 명이 추가돼 흥미를 더했다. 각 구단들은 필요한 스타일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타고투저에 역행한 LG 트윈스의 조쉬벨과 SK의 루크 스캇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전반기 이전에 떠나게 됐다.
벨은 영입 때부터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다른 구단들이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때 LG는 자신들의 판단 하에 이름값이 다소 떨어지는 벨을 영입했다. 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경기에서 1할9푼5리의 타율과 4홈런을 기록해 표면적인 성적으로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시즌 개막 후 4월까지는 3할1푼3리 8홈런 20타점을 기록하며 반전의 모습을 보였으나, 5월부터 타율이 2할3푼4리로 떨어졌고 홈런도 급감했다. 결국 2할6푼7리 10홈런을 기록한채 지난 2일 짐을 쌌다.
벨과 달리 스캇은 이름값이 가장 비싼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889경기서 2할5푼8리 135개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대형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캇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33경기 출장에 그쳤고, 2할6푼7리 6홈런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스캇은 15일 이만수 SK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언쟁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스캇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언급하며 자신의 훈련방식만을 주장했고, 결국 구단은 다음날(16일) 팀에 저해되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하여 징계 차원에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실력을 떠나서 한국야구에 대한 괄시가 나은 사태였다.
프로야구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중위권 싸움이 아직 혼돈 양상에 있기에 구단들도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프로야구 특성상 외국인 선수들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옷을 당장 벗어야 한다. 그리고 전반기에 그 칼바람에 6명의 선수들이 쓸쓸히 퇴장했다. 과연 후반기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이 칼바람을 버티고 팀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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