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골키퍼가 국가대표 김승규(24, 울산)라도 혼자 실점을 막기는 무리였다.
울산 현대는 16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 하나은행 FA CUP’ 16강전에서 전북 현대를 맞아 후반 15분 한교원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무너졌다. 울산은 K리그에서의 부진이 FA컵까지 이어졌다.
최근 울산은 수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치른 4경기서 1무 3패다. 평균 한 골을 넣고 두 골을 내줬다. 이래서는 이길 수 없다. 공격도 급하지만 무엇보다 수비의 안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전북전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은 김신욱을 후반전 조커로 써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발목부상으로 전날 팀 훈련에 합류한 김신욱을 투입할 정도로 울산은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전반 22분 만에 이상협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조민국 감독은 전반 42분 공격수 박용지를 빼고 수비수 김영삼을 투입하면서 수비부터 안정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극약처방도 통하지 않았다. 이용은 브라질 월드컵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아 몸이 무거웠다. 김승규의 개인능력으로 슛을 막아내는 것도 한계가 자명했다. 결국 울산은 후반 15분 한교원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후 울산은 김신욱을 투입하며 총공격을 감행했지만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경기 후 조민국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용, 김승규, 김신욱 등 ‘태극전사 3인방’까지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 감독은 “우리 팀 취약포지션이 양쪽 측면이다. 이용과 김영삼의 대체자원이 없다. 그 부분이 오늘 나타났다. 이용도 워낙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하더라”며 아쉬워했다. K리그와 국가대표에서 항상 풀타임을 소화했던 이용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김승규도 질책을 피해가지 못했다. 조 감독은 “(김승규가) 영 제 역할을 못해줬다. 두 번째 골은 충분히 나와서 방해를 해줬어야 했다. 그 부분이 아쉽다. 아직 (월드컵 출전으로 인한) 피로도가 있다. 긴장이 풀려서 활동적인 모습이 안 나온다. 골키퍼가 행동반경이 좁아서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울산의 문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모습과 흡사했다. 전체적인 수비조직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골키퍼에게만 실점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선제실점을 허용하면 그만큼 패할 확률이 높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도 힘이 빠지게 된다.
울산은 19일 경남 원정경기를 치르고 23일 울산에서 다시 한 번 전북을 상대해야 한다. 경남전에서 승리를 올리지 못하면 패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3연패에 빠진 울산은 어떻게든 패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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