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연습했습니다."
FA컵 16강전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를 앞둔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승부차기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와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FA컵 16강, 더욱이 상대는 최근 너무 자주 만나 알 만큼 아는 포항이다보니 모두가 접전을 예상했고, 승부차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취재진의 질문에 최 감독은 이틀에 걸쳐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며 준비할 만큼 준비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 결과가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6강) 경기서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 끝에 2-2(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서울은 FA컵 사상 첫 3연패를 노린 포항의 꿈을 좌절시키고 슈퍼매치 승리에서 이어진 상승세를 지켜나갔다.

선제골 이후 경기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던 양팀 감독들의 짐작대로, 후반 11분 김형일의 선제골에서 후반 45분 윤주태의 동점골, 연장 후반 9분 고광민의 역전골과 연장 후반 15분 강수일의 동점골까지 연달아 터지며 경기는 난타전이 됐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게 됐다.
여기서 최 감독의 혜안이 빛났다. 포항의 체력이 떨어질 때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일념으로 백업 선수들의 교체 시간까지 세밀하게 계산해서 경기를 풀어간 최 감독은 승부차기에 돌입하자 입을 굳게 다물고 그라운드를 지켜봤다. 머리 속에는 내심 불안도 자리잡고 있었다. 부상당한 김용대 대신 골문을 지킨 유상훈이 연습 때 도통 승부차기에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상훈은 이틀 동안 코칭스태프와 함께 한 승부차기 훈련에서 하나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했다. 더구나 상대는 승부차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포항의 수호신 신화용. 그러나 뚜껑을 열자, 유상훈은 포항의 첫 번째 키커 김재성의 슈팅부터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뛰어 쳐냈다. 공이 골문 안쪽으로 튕겨들어가며 골로 마무리됐지만 유상훈의 자신감은 크게 올라갔다.
감을 잡은 유상훈은 결국 두 번째 키커 김승대의 슈팅을 막아내며 승리의 방향을 서울 쪽으로 돌려놓았다. 물론 포항도 승부차기를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김승대와 문창진의 연이은 실축으로 인해 120분 혈투를 패배로 마무리짓고 말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페널티킥 데이터도 없었던 김승대의 슈팅을 멋지게 막아낸 유상훈의 선방과, 승부차기를 대비해 아낌없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최 감독의 혜안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8강행이다. 손발이 척척 맞은 서울의 상승세가 인상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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