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전반기 넥센 히어로즈는 타력의 팀이었지만 가장 최고의 히트 상품은 좌완 앤디 밴 헤켄(35)이었다.
밴 헤켄은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13승째를 거두며 다승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밴 헤켄은 평균자책점도 2.81까지 끌어내리며 선두를 탈환했다. 퀄리티 스타트(14번)도 1위, 탈삼진(105개), 승률(.765)은 2위다.
이번 전반기에서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로 군림한 밴 헤켄은 2년차인 지난해까진 브랜든 나이트에 가려 팀내에서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선수였다. 평소 목소리도 듣기 힘들 정도로 조용한 성격도 그를 돋보이지 않게 하는 데 한몫 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처럼 튀는 언행으로 기사화되는 일도 없었다.

야구장 밖에서는 '순둥이'처럼 착한 밴 헤켄은 마운드에만 서면 '포커페이스'의 승부사가 된다. 밴 헤켄은 올 시즌 직구와 포크볼의 위력이 모두 커지면서 타자들을 요리하는 데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넥센의 어느 포수와 호흡을 맞추든 자신이 경기를 편하게 리드할 만큼 경험도 쌓였다.
올 시즌 3년차를 맞은 그에게 다년차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우려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밴 헤켄은 "나이트는 한국 무대 4년차에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선수들마다 다른 성적을 내는 만큼 나 역시 올해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밴 헤켄은 다른 팀들에서 그를 분석하는 것 이상으로 기량이 향상되며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떠올랐다.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금까지 꾸준히 제 역할을 해준 그지만, 성격을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압권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더욱 인정받는 것은 팀을 생각하는 마음 덕분. 밴 헤켄은 16일 승리투수 인터뷰에서 "현재 몇 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팀이 먼저기 때문에 유일한 목표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뿐"이라고 말했다. 밴 헤켄은 이어 "투수에게 야수의 도움은 절대적인데 우리 팀 수비는 최고"라며 동료들에게 엄지를 추켜세웠다.
최근 밴 헤켄이 가장 환히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오목교역 근처 '새마을식당'의 연탄불고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적응을 모두 마친 밴 헤켄이 야구장 밖에서는 평범한 외국인으로, 야구장 안에서는 그라운드의 승부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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