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타고투저였다. 여기저기서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할 정도로 타자들은 무섭게 쳤고, 투수들은 마냥 무너졌다. 2014시즌 전반기 타율 2할9푼1리는 통산 최고 타율인 1999시즌 2할7푼6리보다도 1푼5리가 높다. 반대로 올 시즌 평균자책점 5.28은 1999시즌 4.98이후 최대다. 쉽게 말해 올해가 한국프로야구 33년 중 가장 타고투저가 심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외국인타자가 들어왔고, 국내 타자들의 기술발전, 각 팀의 전력분석 능력이 마운드보다 앞서갔다.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제기된 공인구의 반발력 문제도 한몫했다. 타자가 타격 후 손목을 아파하며 플라이 타구를 예상했으나 타구가 담장을 넘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도 좁아져 타자에게 유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와 비교해 좌우·상하 모두 스트라이크존이 좁다. 타자가 삼진을 당한 줄 알고 덕아웃을 향하려다가 구심의 볼넷 판정으로 1루를 밟은 일도 있었다.
5월 6일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 두산전에선 양 팀이 안타 40개를 합작했다. 이날 롯데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이닝 연속 타자일순을 기록했다. 5월 31일 잠실 롯데-두산 경기서도 롯데는 29안타로 한 경기 팀 최다안타 기록을 세웠다. 당시 롯데는 23-1로 두산을 대파했는데 롯데 타자 대부분이 5, 6번 타석에 들어섰다.

이러한 두 자릿수 안타 경기가 빈번했고, 4시간 30분 이상 경기도 속출했다. 좋은 타자의 기준도 타율 3할로 놓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전반기 기준 3할대 타자가 무려 37명에 달한다. 역으로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는 10명밖에 안 된다. 올해에는 선발투수 퀄리티스타트 기준을 6이닝 3실점에서 5이닝 4실점으로 낮춰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심판들이 칼을 뽑았다. 6월 중순부터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조금씩 넓어졌고, 타고투저도 완화되고 있다. 6월 한 달 타율 3할1리로 정점을 찍었다가 7월 타율 2할9푼2리로 떨어졌다. 투수들 평균자책점도 6월 5.62서 7월 5.05가 내려갔다.
현장 또한 이를 인지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점점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고 있다. 구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는 공 한 개 정도는 더 잡아주는 듯싶다”고 말했다. LG 마무리투수 봉중근도 “스트라이크존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올 시즌은 투수가 타자를 따라가지 못한 시즌이었는데 다시 예전으로 스트라이크존이 돌아가면서 투수들도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 흐름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타율과 평균자책점 모두 꾸준히 내려갈 것이다. 그래도 약 35% 밖에 일정이 남지 않았다. 때문에 통산 최고 타율, 최고 평균자책점 경신은 유력하다. 2014시즌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남은 타고투저 시즌이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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