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내야수 안치홍(25)이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 2차 엔트리에서 탈락하자 말들이 많다. 안치홍은 엔트리 탈락 이틀이 지난 16일 "처음부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라고 탈락 이유의 첫째 이유로 자신을 지목했다. 상심한 얼굴이었지만 "더욱 정진해서 한국의 명품 2루수가 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서건창(넥센), 오재원(두산), 정근우(한화) 등 경쟁자들과 특징 비교에서 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던 모양이다. 수비력은 엇비슷하다. 대신 서건창의 리드오프와 도루능력, 오재원은 멀티 백업요원, 정근우는 풍부한 국제경험 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 선수 모두 리드오프형 선수들이다.
3할4푼1리, 13홈런, 13도루, 60타점을 기록한 안치홍은 이들에 비해 장타력과 타점능력이 앞선다. 그런데 리드오프형 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심타선에서 화끈한 타격을 하는 슬러거가 아니다. 대표팀에 뽑히더라도 타순은 6번~7번에 배치되는 타자라고 볼 수 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능력이 없어서 제외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미 주전 2루수로는 다른 선수를 생각하고 있고 안치홍은 백업후보인데 기준에 미치지 않아 제외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중일 감독은 물론 기술위원회도 같은 기준을 공유했다. 사령탑으로서 세운 대표팀 구성 원칙을 적용했으니 그대로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잊었다. 선수를 생각하지 않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최종 엔트리 결정 2주 앞두고 걸러냈느냐의 문제이다. 이달 말이면 또 한명의 눈물의 탈락자가 나온다. 올스타 휴식기가 포함되어 경기수도 많지 않다. 기술위원회는 5월에 1차 엔트리 60명을 선택했다. 2차 엔트리를 생략하고 대한야구협회에게 최종 통보하는 7월 말에 최종 엔트리를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37명의 숫자는 물론 '1차→2차→최종'은 정해진 규정은 아니다.
2차 엔트리에서 모두 23명이 탈락했는데도 안치홍 혼자만 빠졌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류중일 감독이 탈락 이유까지 상세히 밝히면서 안치홍은 또 박탈감을 느꼈다.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것이 마치 커다란 결격 사유처럼 되고 말았다. 죽을 힘을 다해 야구를 했던 안치홍이 결과적으로 두 번 우는 꼴이 됐고 상심의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아깝게 밀려나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OSEN 야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