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화두인 타고투저의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었다.
팀 타율 3할을 유지한 팀이 없는 가운데, 두산은 2할9푼9리의 팀 타율로 9개 구단 중 선두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반면 평균자책점은 5.82로 6위에 그치고 있다. 두산의 전반기 순위는 5위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라는 명제에 맞게 팀 순위는 타율보다 평균자책점에 더 가까웠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6일 마산 NC전은 두산의 전반기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한 승부였다. 장단 12안타로 8득점을 뽑아내는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마운드가 문제였다. 두산은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포함해 6명을 마운드에 올리고도 8-10으로 패했다.

팀 타율에서도 알 수 있듯 두산의 공격력은 큰 문제가 없었다. 투수력에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던 5월에도 두산은 타선의 힘을 앞세워 상승세를 구가했다.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선, 하위타선이 조화를 이룬 두산의 타선은 장타력이 뛰어난 넥센, NC와는 다른 종류의 두려움을 투수들에게 안겼다.
중심 타자인 김현수, 홍성흔은 다른 시즌과 다름없는 클래스를 보여줬고, 민병헌의 약진이 두르러졌다. 이종욱을 대신해 팀의 1번이 된 민병헌은 타율 3할5푼5리(6위), 104안타(5위) 8홈런 9도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해결사 본능까지 과시하며 리그 1번 중 가장 많은 56타점을 쓸어 담았다.
무너진 마운드에서는 니퍼트와 정재훈이 분전했다. 니퍼트는 전반기에 2번이나 구원 등판하는 투혼을 보이며 8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5로 선발진의 자존심을 지켰다. 정재훈은 이용찬이 빠진 마무리까지 맡으며 1승 3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올렸다. WHIP 1.14로 평균자책점 이상의 안정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두산 마운드는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크리스 볼스테드는 벌써 짐을 쌌고, 노경은과 유희관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경은은 리그 전체에서도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선발로 꼽힌다. 5선발을 꿰찬 선수도 80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오지 않았다.
후반기 과제도 명확하다. ‘타선은 지금처럼, 마운드는 지금부터’가 실현되어야 4강 탈환이 가능하다. 문제가 한 눈에 보인다는 것은 다행스런 요소이기도 하지만, 가장 쉽게 보이는 문제는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투타 부조화로 고생한 두산이 어떤 후반기를 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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