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작 극장가에서 눈에 띄는 배우들의 특징 중 하나는 민머리다. 대작 사극 속 충무로 대표 남자배우들의 삭발이 눈에 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명량대첩'(30일개봉)을 그린 '명량'에서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을 비롯 왜군의 수장 도도 역의 김명곤, 왜군 병사 역을 맡은 수십 명의 배우들은 사실감 넘치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삭발을 감행했다.
배우로서 삭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왜군의 캐릭터를 더욱 리얼하게 살리기 위해 흔쾌히 삭발을 결정,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줬다. 특히 배우 조진웅은 결혼식을 앞둔 상황에서도 캐릭터를 위해 삭발을 감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조진웅은 “고증을 통해 사실적이고 리얼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삭발을 감행했다. 덕분에 실존 인물인 와키자카 캐릭터가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경자 분장감독은 "'명량'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드라마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더욱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콘셉트를 구축하고 자료를 연구 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상상했던 인물들이 고스란히 구현되어 화면에 등장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했다”고 전해 리얼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킨다.

이보다 앞서 23일 개봉,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군도:민란의 시대'의 주인공 하정우의 스킨 헤드는 이미 유명하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최초 이 영화의 시작이, 왜 이사람은 머리가 빡빡머리일까였다"라고 전하기도.
하정우에 따르면 촬영장에서 그의 일과는 면도로 시작했다. 극 중 그가 맡은 순박한 백정 돌무치는 어머니와 누이를 잃고 화적떼의 거성 도치로 거듭나는데, 외양적인 변화가 민머리다. 촬영 기간 내내 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그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새벽에 두피에 칼을 대면 기분이 오묘하다”며 “태양 에너지를 체감했다. 낮에 머리가 태양을 저장한다. 해가 지면 열이 나기 시작한다. 이게 태양 에너지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정우의 민머리는 극 중 한 순간 긴 머리를 풀어헤치는 조윤 역 강동원과 대비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조진웅은 하정우와 '군도:민란의 시대'에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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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명량'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