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스컬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레게 ‘원 톱’인 스컬의 첫 솔로 앨범에 음악 팬들의 기대도 높다. 데뷔부터 꾸준히 레게 음악을 전파해온 스컬은 이번에도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확고히 했다.
17일 정오 발표된 스컬의 첫 솔로 앨범 ‘킹 오 아이리(King O’ Irie)’의 타이틀곡은 ‘결혼해요’. 제목처럼 사랑 이야기가 담긴 노래이지만 들을수록 절절하고 애틋하다. 더씨야 멤버 유진의 담백한 듯 여운이 남는 목소리와 스컬의 진한 레게 랩이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컬은 솔로 앨범을 생각하며 지난 4년간 진득하게 시간을 갖고 준비했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는 스컬이 마음 속에 담아왔던 얘기들이 파격적일 정도로 고스란히 담겼다.
“아쉬움이 없을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반 발매 날짜를 정하고 몇 달 만에 완성하는 가수들도 있는데 저는 몇 년을 준비했어요. 노래를 다 만들어 놓고도 몇 달이고 다시 들으면서 고칠 부분도 많이 고쳤어요.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을 봤죠. 지금은 정말 자신 있어요.”

신곡 ‘결혼해요’는 무거운 듯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어렵지는 않다. 자연스러운 보컬과 랩의 조화, 독특하면서도 그루브 있는 음악이 듣는 이의 마음까지 파고든다. 스컬의 레게, 음악 색깔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신기해요. 스토니스컹크 때도 비슷한 음악을 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어렵다고 했어요. 이제는 스컬&하하, ‘무한도전’을 통해서 레게가 친숙해 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레게 한다고 하면 ‘어려운 음악 아니에요?’했는데, 같은 음악을 들고 나와도 이제는 안 그래요. 부모님도 전에는 ‘네가 하는 음악은 어려워서 못 듣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좋아하셔요. 제가 바뀐 건 아니에요.” (웃음)
지난 2003년 스토니스컹크로 데뷔했던 스컬. 당시 음악을 회상 해보면 생각보다 제법 부드러운 음악들이 많았다. 스컬은 레게에 대한 인식차이라며, 예전에 어렵다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야만!’하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하하랑 함께 하면서 대중적인 음악을 하기도 했죠. 한 번은 길에서 팬을 만났는데 ‘형, 왜 이렇게 달라졌어요. 하하 만나서 망가졌어요!’라고 하는 거에요. 대중적인 음악은 스컬&하하로 많이 한게 맞아요. ‘부산 바캉스’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결혼해요’ 빼고 다 심의 불가가 됐어요. (웃음) 하고 싶은 대로 다 한 앨범이라 후회는 없어요. 일부러 뮤직비디오도 여러 개 찍어서 팬들에게 전체적인 앨범 색깔을 알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뮤직비디오는 전부 해외 로케로 쿠바, 자메이카, 홍콩 등에서 최대한 멋있게 찍었어요.”

‘결혼해요’는 스컬이 앨범 발매 전 주위 사람들에게서 가장 호평을 받은 곡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타이틀 곡으로 선정을 하게 됐지만, 스컬은 그 외 수록곡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한 곡만 밀 거였으면 디지털 싱글을 냈어야 했겠죠. 요즘 어차피 타이틀곡 외에 잘 안 듣잖아요. 하지만 새끼 손가락만 보여드리는 것 보다는 전체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센 것, 야한 것, 사랑 노래, 부모님이나 팬들,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사실 타이틀 곡 보다는 인트로에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가기도 했어요. 자본주의적 생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죠. 예능도 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이번에 앨범으로 볼 것들도 많이 준비해서 그 사랑을 돌려드리려고 해요.”
고등학교 때 운명처럼 밥 말리의 음악을 듣고 레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스컬. 그에게 있어 음악은 말 그대로 운명의 연속이었다. 그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스토니스컹크 활동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양현석 대표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가장 밑바닥일 때 우연치 않게 양현석 사장님을 만났어요. 그래서 스토니스컹크 멋있게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친분은 유지하고 있지만 워낙 바쁘시니까요. 지금은 같은 회사도 아니라 예전처럼 편하게 대하지 못 하지만 꼭 찾아 봬서 인사 드리고 싶어요. 너무 고마운 분이에요.”
스컬의 운명적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뭔가 안 풀릴 때 머라이어 캐리, 군대 제대하고 하하를 만나며 기사회생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의 솔로 앨범에는 이처럼 그가 겪은 우여곡절 이야기와 그가 고마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겼다. 솔로가 된 스컬, 그렇다면 스컬&하하는 어떻게 되나?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날짜 구애 받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한 것 하나. 준비 됐을 때 앨범을 낼 거에요. 프로모션을 잡아 놓고 음악을 만드니까 음악이 중간까지 안 나올 때의 스트레스가 정말 커요. 하하랑 지금도 작업을 계속 하면서 녹음을 하고 있어요. 평소에 계속 준비를 해 놓고, 그런 후에 준비가 됐을 때 앨범을 낼 거에요. 스컬&하하도 올해 안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준비 안 되면 내년에 내야죠. 하하도 워낙 레게에 관심이 많고 요즘 특히 음악에 심취해있어요.” (웃음)
하하 하니 ‘무한도전’이 생각났다. 스컬은 최근 ‘무한도전’ 자메이카 편에 출연해 우사인 볼트를 찾기 위한 여행에 함께 했다. 이때 드러난 스컬의 예능감이란. 이에 대해 스컬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공개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긴 했어요. 뮤지션은 음악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 같고.. 그런데 하하랑 얘기하고, 주변사람 얘기 많이 듣다 보니까 예능이라는 것이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전에 저는 멋있게 보이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이 결점이 있는데, 보여주기가 싫었어요. 원래 말이 많은데 말 하면 실수 할까 봐 말도 많이 안 했죠. 자메이카 1편 까지만 해도 영어 통역이나 하고 멋잇는 척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해 보니까 자메이카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고, 멋있는 것을 떠나서 즐겁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뚱땡이’ 같은 모습도 보이고. (웃음) 2편이 나가니까 팬들 반응이 더 좋았어요. 저는 원래 재미있고 허접(?)한 스타일이에요. 이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릴 거에요.”

스컬에게 이번 앨범은 분명 특별하다. 예능도 예능이지만, 음악적인 그의 노력과 도전이 많은 음악 팬들의 찬사를 부르고 있다. 스컬은 이번 앨범을 완성한 것 자체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앨범 완성 자체가 저에게 이미 70% 성공이에요. 만들면서 이미 제가 행복과 성공을 느꼈어요. 나머지 30%는 차트 성적과 대중의 사랑이에요. 제 안에 있던 꿈은 이뤘어요.”
음악에 몰두한 스컬은 아직 결혼에는 욕심 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음악과 함께 한 것처럼 결혼에 있어서도 운명적인 상대가 나타나면 한다는 것. 그보다 그에게는 지금 음악적 몰입도가 최고조다.
“제 노래 가사 중에 ‘내가 만약 진다면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게 떠나갈게’라는 내용이 있어요. 저녁 노을이 질 때 아름답지만 지는 해죠. 제가 봤을 때 저는 저녁노을 같은 느낌이에요. 스무 살 떠오르는 신예는 아니니까요. 저녁 노을인데 마지막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언제까지나 대중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요. 질 때 가장 아름다울 때 더 집중해서 더 열심히 하면 마지막 노을처럼 아름답게 되지 않을까. 레게는 그 동안 ‘안 되는 음악’, ‘비주류 음악’ 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레게가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이길 건데, 그 시작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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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