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한국과 유럽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비교하며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미래를 제시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 경희대 국제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대공연장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박지성,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라는 주제의 강연에 참석했다.
이날 강연은 박문성 SBS 축구해설위원이 마이크를 잡아 박 부자와 함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장에는 박지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으려는 축구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해 장사진을 이뤘다.

박 부자는 다채로우면서도 때로는 까다로운 질문을 받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줬다. 특히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서봤던 박지성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백만불짜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 그리고 그들을 키워낼 지도자들에게도 푸른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축구를 경험한 박지성은 한국과 유럽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차이를 묻는 한 청중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유럽엔 어리지만 잘하는 선수들이 더 높은 단계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게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학원축구가 주류인 한국에서는 같은 연령대에서 축구를 할 수밖에 없는데 클럽으로 운영되는 유럽은 12살 때 잘하면 13살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뛸 수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는 것이 한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다."
박지성은 지난 2002년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명문 PSV 아인트호벤에 입성해 2005년까지 활약했다. 그 해 세계적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2012년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다. 이후 퀸스 파크 레인저스를 거쳐 아인트호벤에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기간 동안 선진 축구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했다. 탄탄하고 체계적인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박지성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박지성은 "맨유와 아인트호벤은 어린 선수들에게 무리하게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일주일에 세 번 혹은 네 번 적은 시간을 훈련한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은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도 과거 학원축구만을 고수했지만 서서히 클럽축구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선수들의 자율적인 축구문화와 창의성 등의 발전 가능성, 운동과 학업의 병행이라는 측면에서 클럽축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학원축구의 훈련량은 선수들이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하루 두 세 번으로 나뉘어 빡빡하게 운영되는 것이 다반사다. 제2의 박지성을 양성해야 하는 지도자들이 박지성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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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