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강화' 넥센의 지명타자 만점 활용법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7.18 06: 13

넥센 히어로즈가 '포지션 예상 가능한 팀'의 이미지에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넥센은 대부분의 포지션에 주전들이 정해져 있었다. 주전 선수가 빠질 경우 수비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부상이나 극심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 한 선발 라인업에서 쉽게 빼기는 힘들었다. 넥센만큼 경기 중 야수를 바꾸지 않는 팀도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는 포지션에서 다양한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비주전 선수들에게 실전 감각을 유지하게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비결이 바로 '지명타자'다. 타격에만 강점이 있는 선수를 내보내는 용도 뿐 아니라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방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올 전반기 넥센에서 지명타자로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출장한 선수는 이성열이다. 이성열은 전반기 동안 26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9개 팀 지명타자 포지션 최다 출장자 중 가장 적은 수치다. 넥센이 지명타자에 많은 선수들을 출장시키며 기회를 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넥센 주전 1루수 박병호는 전반기 선발 출장 80경기 중 72경기에 1루수로 나왔다. 지명타자로는 8경기에 출장했다. 주로 그의 체력이 떨어질 때가 됐다고 판단될 때 지명타자로 출장시켰다. 강정호 역시 선발 출장 79경기 중 유격수로 77경기, 지명타자로 2경기에 나왔고 서건창은 2루수로 79경기, 지명타자로 2경기에 나왔다.
여기엔 멀티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컸다. 김민성은 3루수로 67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지명타자로는 5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김민성은 유격수로 1번, 2루수로 1번 선발 출장하며 동료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돕기도 했다. 신인 김하성도 유격수로 4번, 2루수로 1번, 지명타자로 1번 선발 출장해 강정호의 수비 빈 자리를 메우고 1군 감각을 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넥센이 이번 전반기 '지명타자 활용법'을 수월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은 올해 팀에 가세한 새 전력 윤석민 덕분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 지명타자로 22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1루수로는 10번, 3루수로 15번 선발 출장하며 안정감 있는 내야 수비를 선보였다. 넥센은 주전 박병호와 김민성의 체력을 더욱 아낄 수 있게 됐다.
다른 팀 역시 지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명타자 제도를 쓴 바 있다. 그러나 유독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컸던 넥센이 백업 선수들을 수비에 선발 출장시킬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전반기 지명타자 제도로 재미를 본 염경엽 넥센 감독은 최근 "후반기에도 서건창, 강정호 등 수비 부담이 큰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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