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라에게 있어서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응답하라 1994’의 성공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캐릭터도 밝고 씩씩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고아라는 여러 악조건에도 자신의 몫을 다하는 연기에 있어서 영악한 모습을 보였다.
고아라는 지난 17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신입 경찰 어수선 역을 맡았다. 수선은 경찰로 성장하고 은대구 역의 이승기와 로맨스를 펼치는 연기를 했다.
지난 해 ‘응답하라 1994’에서 성나정 캐릭터로 숱하게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걷어버린 고아라는 차기작으로 다소 비슷한 성격의 어수선을 택했다. 예쁜 고아라가 또 한번 망가졌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다. 배우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위험요소가 있는 법인데 고아라는 영리했다.

정의감이 투철하고 언제나 씩씩한 어수선을 연기하며 튀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대구의 복수가 진행될수록 아무래도 어수선은 본의 아니게 민폐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는데 고아라는 이 같은 캐릭터의 제약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는 어수선이 민폐로 전락하지 않게 단단히 붙들었다. 괜히 힘을 주거나 연기력을 과시하기 위해 강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갔고 이는 주효했다.
비슷한 캐릭터를 달라보이게 만들기 위해 세밀하게 감정 연기에 신경을 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응답하라 1994’ 속 모습이 워낙 강렬한 시점이었지만 고아라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어수선으로 완벽히 옷을 갈아입으며 또 한번의 성장을 했다.
특히 이승기와의 달달한 로맨스는 20대 여자 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안방극장에 반가운 장면이 됐다.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안정적인 연기력, 여기에 로맨스에 적합한 캐릭터 소화력은 고아라의 가치를 더욱 높이게 했다. 고아라는 데뷔작이었던 ‘반올림’ 이후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는 시선 속에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자신을 향한 대중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놨다.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통해 20대 배우로서 연기 괜찮고 예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 영리하고 똑똑한 배우의 힘찬 발걸음이 어떤 결과로 안방극장을 놀라게 할지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은대구가 유문배(정동환 분)를 체포하며 복수에 성공하고 어수선과의 사랑을 이어가는 이야기로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후속으로는 김규태 감독과 노희경 작가가 손을 잡고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이광수 등이 출연하는 ‘괜찮아 사랑이야’가 오는 23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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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포위됐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