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호, 수비는 ‘합격’ 공격은 ‘미완성’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18 06: 29

수비는 합격이고 공격은 미완성이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진천선수촌 합숙훈련의 성과를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1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뉴질랜드 타우랑가 ASB 아레나에서 열린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평가전 2차전에서 76-75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이틀 전 당했던 69-102, 33점차 대패를 통쾌하게 설욕했다.
1차전은 그야말로 완패였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월등한 높이와 체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고스란히 리바운드 열세로 드러났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21-44로 두 배 이상을 뒤졌다. 33점차 대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치지 못한 한국은 너무 쉽게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1차전 패배 후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편하게 ‘왕자 농구’를 하려고 한다”고 질책했다. 맏형 김주성 역시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좀 해야겠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하면 후배들도 따를 것”이라고 반성했다.
2차전에서 한국은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비가 잘됐다. 양동근은 수비귀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박찬희도 상대 가드를 압박하며 스틸 등을 잘 노렸다. 앞선 수비가 통하면서 뒷선의 선수들도 한층 수비부담을 덜어낸 모습이었다. 혹시 가드진이 뚫리더라도 센터진의 도움수비도 즉각 이뤄졌다. 유재학 감독이 지난 두 달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공을 들인 바로 그 수비였다. 뉴질랜드 해설진도 “한국은 수비 로테이션이 대단히 조직적이고 빠르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1차전 리바운드에서 21-44로 밀렸지만 2차전서 그 차이가 27-37로 대폭 좁혀졌다. 또 뉴질랜드보다 적은 턴오버(10-15)를 범하면서 스틸은 5-3으로 많았다. 가드수비가 잘 됐다는 뜻이다. 리바운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면에서 대등한 경기였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문태종을 제외하면 10점 이상 해준 선수가 없다. 여러 선수가 나눠서 뛴 영향도 있겠지만, 골밑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문태종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이종현의 덩크슛, 김주성과 오세근의 골밑슛 몇 개를 제외하면 빅맨들이 골밑에서 해준 득점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득점은 아니었다.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훈련에서 공격에 중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일단 수비부터 완성시키고 공격패턴은 천천히 주입시킬 생각”이라고 밝힌바 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선수들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있다. 부상으로 쉬었던 김주성의 코트복귀로 대표팀의 공수에 한층 무게감이 실렸다. 김주성은 문태종과 노련하게 2 대 2 플레이를 펼치고, 팀의 공수를 조율하는 등 핵심선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세근도 특유의 파워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현지 해설진이 “오세근은 상체근육이 발달돼 있다. 한국선수 중 골밑에서 파워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종현과 김종규 역시 한층 나아진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2차전 승리 후 유재학 감독은 "1차전에서는 도망다니는 농구를 했다. 밀어붙이는 걸 회피했고, 후반이 되면서 몸으로 느끼면서 선수들이 달라졌다. 2차전에서 수비를 하고 난 뒤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것이 빨라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팀의 완성도는 50-60% 정도다. 처음보다는 많이 됐다. 작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축구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결과도 실망스러웠지만 내용이 더 형편없었다. 당시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 대패로 고스란히 답습됐다. 결국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왔다. 예고된 참사였다.
그런데 유재학호는 불과 이틀 만에 대패를 당했던 팀을 꺾는 놀라운 발전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공수에서의 조직력이 2주 전 일본대표팀, 브리검영 하와이대와 붙었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그만큼 날이 갈수록 약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유재학호는 오는 19일 뉴질랜드와 3차전을 치른다. 타국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현지 인터넷 중계를 찾아봐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유일한 오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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