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17일 종영했다. 주인공 은대구(이승기)는 복수에 성공하고, 사랑도 이뤄냈다. 그동안 그가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악인은 벌을 받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해피엔딩이었다. 그 과정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 ‘너포위’는 1위다
지난 5월 7일 첫 방송된 ‘너포위’는 시청률 1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방영 내내 동시간대 정상을 차지했다. 단 2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4.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10% 초반 시청률에 정체됐다. 차승원 이승기 고아라 등 화려한 캐스팅과 서울 강남서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이란 흥미로운 설정으로 초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이야기 전개 탓이었다. 지방선거 개표방송과 주연 이승기의 눈 부상과 방송분량 부족으로 인한 두 차례의 결방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배우들의 호연은 ‘너포위’를 빛냈다. MBC ‘최고의 사랑’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차승원은 코믹과 정극을 오가며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사건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남서 열혈형사 서판석 캐릭터는 그를 위한 맞춤옷이었다. 재회한 김사경(오윤아)과 용의자를 뒤쫓으며 마무리되면서 끝까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재평가 받은 고아라는 극 중 이승기와 달콤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을 ‘은어(은대구+어수선) 커플’이라 부르며 응원했다.
특히 이승기는 제 몫을 단단히 해냈다. 후반 모든 이야기가 은대구에게 집중됐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은대구는 각종 혼란스러운 사건을 겪는다. 자칫 감정과잉으로 흐르거나 무기력한 캐릭터에 머물 법도 했지만, 이승기는 캐릭터의 중심을 지켜냈다. 은대구가 느끼는 분노와 허탈함, 슬픔 등 깊고도 격정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한층 더 성장한 배우 이승기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너포위’, 아쉬운 이름값
그럼에도 ‘너포위’는 아쉬움을 남긴다. ‘너포위’는 수사물과 청춘물이 한 데 어우러진 복합장르를 표방했다. 실제로 수사물이 지닌 긴장감과 청춘물이 지닌 풋풋함을 제대로 조화시켜 풍성한 이야기를 그려냈는지는 의문이다. 사건을 치밀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수사물의 매력이지만, 4P, 즉 은대구 어수선(고아라) 박태일(안재현) 지국(박정민) 등 신입 경찰 4인방의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다. 초반에는 이들의 어설픈 면모만 부각되면서 수사물로서 흥미를 주지 못했고, 후반에는 은대구에게 이야기가 몰리면서 청춘물로서 김이 빠졌다.
또 나머지 캐릭터들은 특유의 매력을 꽃 피울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특히 차승원이란 배우의 중량감을 고려할 때 서판석의 쓰임은 아깝다. 특별한 인연을 지닌 서판석과 은대구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과거와 화해하고 긴밀한 우정을 쌓는 모습이 당초 기대됐다. 즉 두 사람의 ‘남남 케미’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서판석이란 캐릭터의 무게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전개가 이어졌다. 오히려 악역에 가까운 강석순(서이숙) 서장, 구둣발 킬러 조형철(송영규) 등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퇴장하며 그간의 악행조차 미화된 듯한 인상을 남겼다.
허술한 개연성과 함께 친절하지 않은 결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막바지 모든 사건들이 휘몰아쳐 해결됐지만, 끝내 은대구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너희들은 포위됐다’ 후속으로는 조인성 공효진 주연의 ‘괜찮아 사랑이야’가 방송된다. 외모만 추리소설 작가와 까칠한 정신과 의사의 로맨스를 다룬다. 23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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