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영웅' 박찬호(41)가 선배 김경문 감독을 향해 야구 인생 마지막 공을 던졌다.
박찬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박찬호는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5시 10분까지 30분 간 단독 팬 사인회를 가지며 은퇴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
선수의 은퇴식은 원소속팀에서 열어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박찬호는 그 이름 자체가 한국 야구팬들에게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해 올스타전에 맞춰 은퇴식을 준비했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며 야구 인생을 마감했다.

이날 팬들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일본 무대, 그리고 한화에서 입었던 유니폼을 나열하며 그를 반겼다. 경기 시작 전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자로 나선 박찬호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이 앉아있는 홈플레이트로 공을 던지고 난 뒤 선배의 품에 뜨겁게 안겼다.
박찬호는 이어 모든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인사를 나눴다. 구본능 KBO 총재가 박찬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팬들은 빗줄기 속에서도 박찬호의 이름을 연호하며 떠나는 스타를 배웅했다. 후배들은 박찬호의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나란히 들고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오늘 이렇게 영광스럽고 특별한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는데 10개월 간 계속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생각을 한다. 지금도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김경문 감독님은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을 준 분이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높고 먼 선배님으로 만났는데도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감독님이 연수하고 계실 때였는데, 당시 힘들어하는 저에게 용기를 주셨다. 후배들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줬다. 전 선배님께 제 마지막 공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격식을 떠나 공을 받아주신 것에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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