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감독 평가 새 기준 '챌린지 성공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7.19 06: 01

후반기부터 프로야구에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다. 심판들의 부담은 줄어든 반면 감독들의 평가 기준이 하나 더 늘었다. 오심을 없애는 건 좋지만 감독들의 머리만 더 아파지게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례를 보더라도 비디오 판독 요청시 감독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국내 감독들도 마찬가지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 비디오 판독 어떻게 하나?
KBO는 지난 18일 후반기부터 심판 합의 판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감독이 요청할 경우 TV 중계화면을 통해 실시하는데 중계 미편성 및 중단·지연으로 판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합의 판정 대상은 ①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 ②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③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 몸에 맞는 공 5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 부분이다. 합의 판정으로 심판의 최초 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추가 요청은 불가능하며 판정이 번복될 경우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합의 판정은 감독만이 신청할 수 있으며(부재 시 감독대행) 이닝 도중일 경우 심판 판정 후 30초 이내에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신청해야 한다. 또한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에 대하여는 판정 후 10초 이내에 필드로 나와 신청해야 한다.
즉 감독들의 역할이 아주 막중해진 것이다. 오심성 판정이 나왔을 경우 감독들의 순간 판단과 결정이 중요해졌다. 경기 초반 합의 판정을 신청해서 번복되지 않으면 경기 후반 진짜 오심 상황에서 쓸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경기 후반 오심 상황이 꼭 나오라는 법도 없다. 10초에서 30초 이내로 필드에 나와 기민하게 움직여서 결정해야 하는 것도 감독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 메이저리그 사례는 어떤가?
올해 비디오 판독을 처음으로 확대 실시한 메이저리그는 전반기 총 1423경기에서 '챌린지'가 총 728회 있었다. 2경기당 한 번꼴로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로 가정하면 전국 4개 구장 경기에서 하루 2번 정도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요청 결과에 따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성공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실패하면 더욱 가라앉을 부담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각 팀마다 챌린지 신청 횟수와 성공 및 실패 결과도 따로 집계하고 있다. 감독의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전반기 동안 가장 많은 챌린지를 한 팀은 존 기븐스 감독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32회. 그러나 판정 번복은 9차례로 챌린지 성공률이 28.13%에 불과하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14·14.2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챌린지 성공률.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 모두 지구 2위에 올라있지만 팀 전력에 비해서는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다.
챌린지 횟수 2~3위는 조 매든 감독의 탬파베이 레이스(11/31·35.48%)와 릭 렌테리아 감독의 시카고 컵스(15/31·48.39%)의 성공률도 절반을 넘지 못한다. 탬파베이와 컵스는 5할 미만 승률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네드 요스트 감독의 캔자스시티 로열스(17/25·68.00%),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14/23·60.87%), 돈 매팅리 감독의 LA 다저스(14/23·60.87%), 맷 윌리엄스 감독의 워싱턴 내셔널스(13/21·61.90%)는 지구 1~2위로 호성적을 내고 있다. 캔자스시티만이 유일하게 지구 2위지만 돌풍의 팀으로 전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 어느 감독이 잘할까
메이저리그 사례에서 나타나듯 비디오 판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느냐도 감독 능력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됐다. 감독 판단이 비디오 판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자칫 자충수가 돼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감독들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필드에 나가있는) 베이스코치들과 선수들의 액션도 커져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판독을 요청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며 "감독이 멀리서 보는 것보다는 코치들과 선수들이 제대로 알 수 있다. 액션을 크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코치·선수와 호흡도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감독들의 몫. 경기 상황과 흐름에 맞춰 보다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동안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덕아웃을 지키던 감독들의 움직임도 보다 활발해지게 될 듯하다. 한화 김응룡 감독을 비롯해 제스처가 많지 않았던 감독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눈앞의 승부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 시간문제가 될 전망. 과연 어느 감독의 챌린지 성공률이 높을지 후반기 지켜봐야 할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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