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시작부터 달려야한다. 삼성과 2연전을 싹쓸이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야 기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앞으로 12경기, 즉 후반기 시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오는 22일부터 8월 3일까지 광주 KIA, 잠실 롯데, 대구 삼성, 잠실 넥센 3연전에 들어간다. 네 팀 모두 LG보다 위에 있는 팀. 특히 KIA와 롯데는 LG가 4위 막차를 타기 위해선 무조건 따라잡아야 하는 상대다. 일단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선 앞선다. KIA를 상대로 5승 4패, 롯데와는 4승 3패 1무다. 한화(7승 5패)와 함께 LG가 상대 전적서 우위에 있는 상대들이다.
LG 양상문 감독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양 감독은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후반기 총력전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무엇보다 전반기 마지막 삼성과 2연전에 올인하지 않았다. 양 감독은 일찍이 티포드와 우규민을 1군 엔트리서 제외했다. 일정상 충분히 ‘선발투수 1+1’ 전략을 쓸 수 있었으나, 리오단과 류제국을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시켰다. 그리고 LG는 삼성과 2연전을 모두 가져가며 전반기 마침표를 완벽하게 찍었다.

당시 양 감독은 “1+1 전략을 쓸 수도 있으나,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티포드의 경우 어깨가 좀 뭉쳐있었고, 규민이도 무리해서 체력을 소모시키면 후반기에 힘들어 질 수 있다”며 “1+1을 해서 100% 이긴다는 보장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티포드는 10일 정도 어깨 치료 과정을 거치면 더 좋아질 것이다. 우규민도 긴 시간을 두고 후반기를 준비시킨 만큼 후반기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이러한 마운드 운용은 선발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 5월 13일 LG 감독 데뷔전부터 꾸준히 불펜진을 관리, 불펜투수들의 체력소모를 최소화했다. 신재웅 정찬헌 윤지웅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불펜투수 대부분을 필승조에 자리하게 만들었다. 불펜투수들의 연투를 최대한 피했고, 불펜투수 대다수가 지금까지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양 감독이 희망을 품고 있는 부분 또한 여기에 있다. 양 감독은 “시즌 중반이면 투수가 지치면서 힘없는 공을 던질 수 있는데 우리 마운드는 아직 힘이 있다고 본다. 힘에서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있다”며 마운드 싸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KIA 롯데 삼성 넥센과 만나는 것을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양 감독은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팀들이지만 우리도 현재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이전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들도 한 마음이다. 주장 이진영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전반기를 잘 마무리한 만큼 후반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성훈 역시 “전반기 마무리 잘해서 기분이 좋고, 후반기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후반기 대반격을 바라봤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LG가 4위 롯데를 잡으려면 남은 48경기서 최소 30승, 승률 6할2푼5리 이상을 찍어야 한다. 양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양 감독은 “후반기 특별히 4강을 의식하지는 않겠다”면서 “전반기도 그렇지만 후반기도 우리가 잘하면 나를 비롯한 모두가 잘 한 것이고, 못하면 모두가 못한 것이다. 그냥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4강을 의식하며 미리 먼 곳을 내다보기 보다는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LG는 올스타전 바로 다음날인 19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훈련에 임한다. 이 기간 동안 양 감독은 지난 12일 1군 엔트리서 제외, 2군 특훈을 지시한 김용의의 상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덧붙여서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신정락과 김광삼 컨디션도 점검, 후반기 투수진 강화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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