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리그가 웨스턴리그에 대패를 기록하며 올스타전은 끝이 났다. 그 어느 때보다 허무한 승부였다.
이스턴팀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박병호와 나지완에게 스리런포 등 홈런 5개를 내줬고, 18안타를 허용하며 웨스턴팀에 2-13 대패를 당했다.
이스턴팀은 지금까지 올스타전 경기에서 24승13패로 완전한 우위를 점했으나, 이날 경기만큼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패배를 떠안았다. 각 팀의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나선 경기에서 이스턴은 6개의 안타만을 기록한 채 3년 만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웨스턴팀이 기록한 13점은 올스타 역사상 한 팀 최다득점 신기록이었다. 그간 한 팀의 최다 득점 기록은 1982년 7월 3일 광주 2차전, 그리고 2008년 8월 3일 동군이 세웠던 11점이었다. 그런데 웨스턴리그는 5회까지만 12점을 기록하며 이 기록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9회에는 나지완이 중전안타를 날리며 2008년 동군이 기록한 17개를 뛰어넘는 18개의 안타를 기록, 최다 안타 기록까지 세웠다.
굴욕을 당한 이스턴팀은 물방망이가 문제였다. 이스턴팀에는 날고 긴다고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총 출동했다. 전반기 타율 3할5푼5리 8홈런을 기록하며 신개념 1번 타자로 자리잡은 민병헌과 3할6판4리 10홈런의 손아섭이 테이블세터에 자리했다. 이어 호르헤 칸투, 루이스 히메네스, 김현수로 구성된 클린업트리오는 파괴력이 있었다. 이 외에도 4할에 근접한 타자 이재원(3할9푼4리)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웨스턴을 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웨스턴팀의 압승.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양현종을 비롯해 총 8명의 투수들이 차례로 등판하며 이스턴팀 타선을 6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올스타전답지 않게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분명 이스턴리그의 결과는 아쉬웠다. 조금의 추격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허무하게 패했다. 올스타전에서 한 팀이 2점 이하를 기록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한 팀이 11점 차로 패한 경우 역시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스턴리그는 굴욕을 당했다. 지금까지 우세를 점했던 전적은 무의미했다.
물론 올스타전은 모든 선수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그 누구도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짜릿한 경기가 펼쳐진다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평소 보고 싶었던 선수들을 만남과 동시에 짜릿한 승리의 감정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은 한 쪽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이 났다. 결과야 어쩔 수 없었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스타들의 쇼맨십은 아쉬웠다.
스타들이 직접 보여줄 수 없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2008년 이스턴리그 감독으로 뽑힌 김성근 감독은 1번 타자로 이대호를 기용하기도 했다. 모두가 놀란 깜짝 선발이었다. 이어 2009년에는 이대호, 김동주를 테이블세터진으로 출장시키면서 팬들의 즐거움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3년 연속 올스타전 이스턴리그 수장을 맡은 류중일 감독은 파격적인 라인업을 고사했다. 올스타전이라도 경기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에서 이스턴리그 선수들의 진지함은 나타나지 않았다. 단 2점만을 뽑는 데 그치며 고전했다.
팬들이 즐기는 올스타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지만, 야구를 경기로서 보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안타, 홈런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마음대로 안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6안타만을 기록한 이스턴 팀의 공격은 아쉬웠다.
경기를 가져오지 못했다면,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볼 수도 있는 이스턴 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11점 차의 대패를 받아들였다. 단 한 번의 행동으로도 관람석을 웃음바다로 만들 수 있는 스타의 부재가 뼈아팠다. 올스타전은 이렇게 한 팀의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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