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왜 강동원을 '이유있는 악역'으로 그렸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7.19 08: 19

"사이코패스 존재를 믿지 않는다"
윤종빈 감독은 사이코패스 신화를 믿지 않았다. 그가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에서 배우 강동원이 분한 조윤이란 인물을 '이유있는 악역'으로 그린 이유다.
'군도'에서 양반 조윤은 백성의 피를 빨아먹으며 군도 무리와 대립하는 악역이지만, 왜 그가 그런 악랄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전사가 많은 부분 할애된다. 관객들이 그의 애처로운 삶을 들여다 볼 때 동정심과 애틋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운명을 바꾸려 인생을 걸어본 사람만이 그와 대적할 수 있다는 조윤의 명대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 이런 사연 있는 악역일까. 스토리를 도치(하정우)의 시선으로 따라가면 극 중 조윤이 그런 입체적인 악역이 아니였다 하더라도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무리가 없는 데 말이다.
이에 대해 윤종빈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유 있는 악역이라 함은 영화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건데, 나는 '군도'라는 얘기가 오락 영화지만, 절대 악인 악당 한 명이 처단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영화 속 주제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이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자기 입장에서는 본인이 선이고, 남이 악이라고 할 것이고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악이나 선이나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 안의 번뇌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그런 면을 살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렇기에 마지막에 하정우와 강동원이 대나무 숲에서 격돌하는 신이 굉장히 중요했다. 도치가 수련할 때 대나무를 자르는 것이 번뇌를 벗어나는 거다. 자기 자신을 벗겨내는 거다. 조윤이라는 인물도 본인이 갖고 있는, 아들로서 인정받지 못한 한을 순수하게 내 보인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연출자로서 본인이 힘 줘 표현한 장면에 대해서도 전했다.
윤 감독은 더불어 그가 갖고 있는 '악'에 대한 생각도 곁들여 들려줬다. 그는 "사람마다 취향인 것 같지만, 난 한 인물이 사이코 패스로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지존파 사건에 관심이 많아 최후 공판까지 찾아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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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든지 마음 속에 인간으로서의 면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악당이 사이코 패스로 나와 그렇게 악당으로만 소비되는 걸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물론 선과 악이 격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대결의 본질이, 선이 악을 완전히 처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본인의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는 말에 윤 감독은 "굉장히 빨리 쓰고 아주 많이 고친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군도'에 대해 그는 "다 쓰는 데 두 달 반 밖에 안결렸다. 그러고나서 1년동안 고쳤다"라며 "1년 동안 많이 달라졌지만, 초고의 좋은 부분들은 많이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정우와 강동원의 공존과 대결은 물론, 마동석을 비롯한 개성과 연기력에서 손꼽히는 연기자들의 공연으로 기대를 자극하는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이다.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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