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극장가의 서막이 오른다. 23일 '군도: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 이하 군도)를 시작으로 '명량'(김한민 감독),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 '해무'(심성보 감독)가 한 주씩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개봉한다. 서로 공통 분모가 있는 이 작품들은 교집합 속 가진 차별적인 무기로 관객들을 공략하게 될 것이다.
- 세 편이 사극
장르적으로 보자면 '해무'를 제외한 '군도', '명량', '해적' 무려 세 편이 사극이다. '군도'는 조선 철종 13년,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뒤집는 의적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실제로 철종 시대는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해 백성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민란이 일어나게 됐고, 오늘날 농민 항쟁이라고 불리는 역사전 사건이 탄생하기도 했다.

'명량'의 배경이 되는 명량해전은 조선 선조 30년에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명량에서 왜선(倭船)을 쳐 부순 싸움이다. 12척의 전선(戰船)으로 적 함대 수백척을 맞아 싸워 격파하며 크게 이겼다.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를 배경으로 국새를 삼킨 고래를 쫓는 해적과 산적의 모험을 그렸다. 영화의 스토리는 실제로 조선 건국 초기에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근 10년 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다. '국새의 부재'란 사건은 그간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얘기다.

- 세 편이 바다 배경
마카로니 웨스턴풍의 '군도'를 제외한 세 편이 '물'을 다루는 영화다. 그렇기에 제작진은 바다의 리얼한 구현에 힘을 쏟았다.
'명량'은 전라도 광양에 초대형 해전 세트를 제작하고 실제 바다 위에서의 촬영을 감행하는 시도를 했다. 제작진은 1597년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전국에 있는 판옥선을 다 보러 다녔다고.
'해무'는 거제도, 여수, 마산, 부산 등 한겨울 국내에 수심이 가장 깊은 바다를 찾아 70% 이상의 해상 촬영을 감행했다. 더불어 국내 최초로 두 개의 짐벌을 움직이면서 수조에 물을 치워 넣는 방식의 촬영을 시도했다. 또 실감나는 안개를 만들기 위해 특수 스모그로 지상의 세트장을 채운 후 특수 카메라로 촬영해 수중과 같은 효과를 내는 '드라이 포 웨트' 기법을 적용했다는 전언.
'해적'의 바다는 판타지한 해양 어드벤처물의 장을 마련한다. 이석훈 감독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산적단의 모습을 언급하며 "바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조선시대 사람들의 행동이 영화 '해적'의 유머를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다"라고 영화 스토리에 대한 공감 포인트를 전했다.

- 역시 남자판..그래도 홍일점
남자판으로 유명한 영화계. 이번 여름 시장에서도 역시 남자배우들이 대부분 주인공으로 나선다.
'군도'는 하정우, 강동원이 상대역 투톱으로 나섰고 여기에 이성민, 마동석, 조진웅 등이 합세했다. '명량'은 최민식과 류승룡이 주연을 맡았다. 최민식이 영웅 이순신으로 분하고 류승룡이 왜군 용병 장수를 연기한다. '해무'의 주인공은 박유천과 김윤석이다.
그런 점에서 '해적'은 나름 두드러진다. 남녀투톱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여자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김남길과 호흡을 맞추는 손예진이다. 다만 손예진이 연기하는 바다를 제압한 해적 여두목 여월 역시 전형적인 여성성보다는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녹아 있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극을 이끌 예정이다.
- 한 편만 19금
등급으로 보자면 '군도'와 '명량'이 15세 관람가, '해적'이 12세 관람가이고 '해무'만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군도'와 '명량'은 영상의 표현에 있어 폭력적인 부분은 정당화하거나 미화되지 않게 표현되어 있고, 그 외 공포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15세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해적은 '영상의 표현에 있어 폭력적인 부분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것으로 경미하게 표현된 수준으로 그 외 선정성, 공포, 약물 및 주제는 12세이상 청소년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영화'이기에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반면 '해무'는 '영상의 표현에 있어 폭력적인 부분은 자극적이며 거칠게 지속적으로 표현되어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유일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등급은 확실히 흥행에 제약이 될 수는 있으나, 콘텐츠 자체 경쟁력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 웃기거나 묵직하거나
'군도'는 윤종빈 감독 전작의 색을 잊게 만들 정도로 웃기는 영화다. 스스로도 재미있고 신명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름의 병맛 코드까지도 가세,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의 쿵짝맞는 유머코드를 엿볼 수 있다.
'해적' 역시 마찬가지. 주인공인 김남길은 쇼케이스에서 "우리 영화 '해적'은 정말 관객들한테 큰 웃음 드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라며 이 작품이 철저한 오락물임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명량'과 '해무'는 유머 대신, 묵직한 주제와 여운 남는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각 한국 영화계 4대 메이저 배급사 쇼박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의 작품들이다. 각 배급사가 사활을 걸고 내놓은 작품들의 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비 100억에서 150억 사이에 있는 이들은 최소 400만이 넘어야 하고, 적어도 500만명 이상은 동원해야 성공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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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