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태원 코치가 직접 밝힌 박경수 홈스틸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19 19: 14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LG 최태원 주루코치가 지난 16일 잠실 삼성전 박경수의 홈스틸 상황을 세세하게 전달했다.
최 코치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 연습에서 선수단 지도를 마무리한 후 당시 홈스틸의 배경부터 이야기했다.

최 코치는 “충분히 홈스틸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스나이더가 첫 타석서 안타를 쳤지만 그 다음 타석부터 안 좋았다. 차우찬의 공을 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고 차우찬의 투구 폼을 보니 홈 스틸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감독님 역시 흔쾌히 작전을 승낙해주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 코치는 “차우찬이 공을 던질 때 다리를 한 번 뒤로 빼고 투구에 들어가더라. 타이밍이 긴 만큼 뛰어버리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경수에게 바로 뛰라고 했는데, 경수가 놀라면서도 뛰었다. 사실 타이밍이 좀 늦긴 했다. 이전에 한 번 뛰는 척만 했어도 차우찬이 3루 주자를 신경 쓰고 더 좋은 타이밍에서 뛸 수도 있었다. 그래도 경수가 슬라이딩을 잘 해줘서 세이프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LG는 6회말 2사 만루였고 3루 주자 박경수는 볼카운트 B1S2에서 홈스틸에 성공했다. 삼성 포수 이흥련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미트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박경수가 재치 있게 오른팔을 접고 왼팔로 돌아서 홈플레이트를 터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1, 2루 주자도 한 베이스를 더 훔쳐 한국프로야구 통산 6번째 삼중도루가 기록됐다. 이 득점으로 LG는 7-2로 한 걸음 더 도망갔다.
의미 있는 것은 이 홈스틸 삼중도루가 단순히 추가점을 올린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코치는 “작전도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작전이 있고, 예측하지 못하는 작전이 있다. 예측하지 못한 작전에 당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와 상대하는 모든 팀들은 포수가 서둘러서 투수에게 공을 전달할 것이다. 특히 주자가 3루에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해 질 것이다”며 “지난해 권용관의 경우도 그랬다. 이전까지 우리는 삼성만 만나면 끌려갔었다. 하지만 권용관의 득점 이후 삼성과 만날 때마다 우리가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3일 LG는 대구 삼성전에서 3루 주자 권용관의 홈 쇄도가 결승 득점이 되면서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이후 LG는 57승 33패를 마크,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탄 끝에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다음 삼성과 경기부터 상대전적 7승 4패를 마크, 정규시즌 우승팀에 상대전적 우위(9승 7패)를 점했다.  
최 코치는 “사실 밖에서 봤던 박경수가 이렇게 센스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직접 지도해 보니 정말 엄청난 주루센스를 지녔더라. 다리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센스가 없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한다”며 “여러 면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 박경수가 루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와 수비는 머리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웃었다.
한편 박경수는 지난 6월 13일 잠실 SK전에서도 홈 스틸에 성공, 올 시즌에만 두 번째 홈 스틸을 기록했다. 16일 삼성전이 끝나고 박경수는 “이런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도 못하면 내가 1군에 있을 이유가 없다. 시즌 마지막까지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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