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왜 트로트에 열광할까? 무한한 변화가 가능한 트로트의 신명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의 한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면서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는 대한민국을 트로트 열풍으로 이끈 작곡가 이호섭 편으로 진행, 이현우 '사랑의 불시착', 이세준 '찬찬찬', 알리 '싫다 싫어', 이수영 '찰랑 찰랑', 홍경민 '뭐야 뭐야', 팝핀현준&박애리 '다 함께 차차차', 한지상' 카스바의 여인'이 경연을 펼쳤다.
이날 팝핀현준&박애리는 '다 함께 차차차'를 선곡했다. 특히 트로트와 랩이 결합된 이 무대는 탈춤까지 등장하는 등 관객에 끊임없는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감동을 넘어 충격적인 무대로 이날 우승을 차지했다. 국악인 박애리와 팝핀 현준, 또 대규모 비보이 군단이 어우러진 축제같은 무대는 트로트의 끝을 알 수 없는 변주에 놀라움을 안겼다.

또 '불후' 첫 출연인 한지상은 '카스바의 여인'을 선곡,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무대로 시선을 끌었다. 노래 자체에 풍성하게 담긴 이야기, 또 세심하게 다뤄진 화자의 감정선은 그 자체로 훌륭한 공연이 됐다. 라틴풍으로 재탄생된 '카스바의 연인'은 한지상의 중후하면서도 폭발적인 성량과 만나 무한 감동을 전달했다. 알리의 '싫다 싫어'에서 비통함이 느껴졌던 전조에는 사랑을 잃은 여인의 자조섞인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홍경민은 '뭐야 뭐야'를 선곡해 조선시대 야바위꾼 콘셉트로 무대에 섰다. 한복을 입은 그는 리듬에 몸을 맡기며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관객들은 홍경민의 노래를 함께 따라하며 그가 보이는 각종 놀이에 쉴 새 없는 웃음으로 한마당 잔치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처럼 트로트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노래가 되는, 그대로 부르면 구수하고 바꿔 부르면 한층 공감되는, 또 즐기며 부르면 그 어떤 노래보다 신명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오랫동안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대표 장르로 사랑 받은 이유를 새삼 깨닫게 했다.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룬 현재 고루하다, 단조롭다, 촌스럽다는 편견 한 가운데 있기도 했던 트로트는 현재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변신, 다시 대중과 소통하려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트로트와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된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주인공 춘희(정은지 분)가 트로트의 여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으며, 최근 종영한 Mnet 트로트 버라이어티 쇼 '트로트엑스'에서는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발굴하는 등 트로트의 부흥을 위한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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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